[젊어지는 이야기] 골다공증과 ‘구구팔팔이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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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해운대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동남권항노화의학회 사무총장

당뇨병으로 제 외래에 다니시는 80대 여자 환자 한 분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활기차고 멋지시다. 그런데 며칠 전 따님이 대신 외래에 오셨는데,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고관절 골절로 두 달째 누워 계시는데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지시고 치매 증상까지 보인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구구팔팔이삼사’란 유행어가 있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정도 아프다가 죽자라는 말로 그냥 긴 수명보다는 건강 수명을 바라는 소망을 담은 말일 것이다. 이 바람대로 ‘팔팔하고 꼿꼿하게’ 살 수 있는 필수 조건은 뼈가 건강해야만 한다.

뼈가 약해져 부러지기 쉬운 상태를 골다공증이라고 한다. 2023년 보고에 의하면 우리나라 50세 이상 골다공증 유병률은 22.4%, 골감소증 유병률은 47.9%로 성인 5명 중 1명이 골다공증 환자, 2명 중 1명이 골감소증 환자이다. 여성의 경우 37.3%, 남성의 경우 7.5%로 여성이 남성보다 5배 정도 골다공증 유병률이 높다. 골감소증의 경우는 여성과 남성의 유병률이 비슷하다. 여성의 경우 남성과는 달리 폐경 후 여성 호르몬의 급격한 감소 때문에 뼈 손실이 더 빨리 진행된다. 비타민D와 칼슘의 부족, 과도한 음주와 흡연, 운동 부족, 스트레스, 여러 약제나 동반 질환들 역시 골다공증의 위험을 높인다. 하지만, 골다공증 자체는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다. 따라서 위험 요소들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골다공증 검사를 통해 미리 발견해 적절한 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큰 위험은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이다. 대부분은 일상생활에서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미끄러짐, 넘어짐 등의 사고로 인해 일어난다. 따라서 이러한 낙상의 예방은 골다공증 관리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집안의 장애물들을 제거하고 어두운 곳에 조명을 설치해 보행을 용이하게 하는 등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앞서 얘기한 환자처럼 화장실에서, 특히 밤에 미끄러지는 경우가 많으니 물기가 있는 장소는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또한 안정적인 신발을 착용하고 균형 감각을 향상시키기 위한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고령이 되면 복용하는 약물이 많아질 수 있다. 고혈압이 있어 혈압약을 복용하는 경우 혈압이 너무 내려가서 기립성 저혈압 등이 생기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고, 신경안정제 등은 과량 복용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골절이 생기면 활동이 크게 제한되면서 전반적인 신체 기능이 저하되고 노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치매가 오기도 한다. 골절이 있는 경우 사망률까지 증가한다고 한다. 최근 보고에서는 고관절 골절 후 1년 내 사망률은 약 17%이며 남자가 여자보다 높다고 한다.

나의 노후가 팔팔하고 활기차며 자유로울 수 있게 하려면, ‘꼿꼿한’ 뼈가 가장 기본이 되는 필수 조건이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골다공증 예방과 치료에 힘쓰는 지혜로움이 첫 번째다. 지금 당장 골다공증 검사를 하고 담당 선생님과 의논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예방과 치료 방법을 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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