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선 D-1, 단 하루라도 막말·비방 혼탁 선거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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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인물 실종, 독설 기승 괴상한 선거
편가르기 즉각 중단, 공약 경쟁 나서야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8일 부산 동구 한 가정에서 유권자가 선거 공보물을 살펴보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8일 부산 동구 한 가정에서 유권자가 선거 공보물을 살펴보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4·10 총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유권자는 오늘 공식 선거운동이 종료되기까지 하루가 다르게 막말의 강도가 거세지며 혼탁 선거로 추락하는 과정을 참담하게 지켜봤다. 각 당의 입이 거칠어진 것은 막판 대혼전 탓이다. 여야 모두 여론조사만으로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게 된 50~60곳을 사수하려는 유혹에 빠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물 대결, 정책 경쟁은 뒷전이고, ‘2찍’, ‘쓰레기’ 따위 편가르기나 비방의 화법만 난무한다. 오죽했으면 ‘22대 총선의 최대 변수는 막말’이라는 냉소가 나왔을까. 국정을 책임지겠다고 국민 앞에 나섰으면 공약으로 선택을 받아야 한다. 지금 정치권은 유권자의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는 낙제 수준이다.

또 하나 우려스러운 대목은 선거의 요체인 투표 행위 자체에 대한 희화화다. 예컨대 사전투표 때 불거진 ‘대파 논란’이 그것이다. 선관위가 질의에 대답하면서 ‘투표소 내 정치 행위 금지’라는 원칙에 따라 ‘대파 반입 제한’의 유권해석을 내렸다. 선관위의 판단은 원칙적으로 옳았다. 이후 대파 관련된 인증샷이 SNS에 쏟아지고 급기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파틀막’이라고 비판하면서 정쟁화됐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일제 샴푸, 위조된 표창장, 법인카드, 여배우 사진을 들고 투표장에 가도 되겠나”라며 맞불을 질렀다. 정책과 인물은 실종되고 날선 공방만 남은 괴상한 선거운동은 여야 정치권 모두의 책임이다.

이제 하루 뒤면 주권자 선택의 시간이다. 독설과 모욕으로 가득찬 정치권 주도의 선거판에서 한 걸음 물러나 미래를 위한 선택지를 찬찬히 살펴봐야 할 때다. 각 정당이 제시한 미래 청사진, 즉 공약을 비교하고 그에 걸맞은 성적표를 줘야 정치가 성숙해진다. 더불어민주당의 10대 공약 1번은 ‘민생을 촘촘히 챙기겠습니다’이고, 국민의힘은 ‘일·가족 모두 행복(저출생, 돌봄)’이다. 우선 순위는 다르지만 저출생, 기후위기, 지역균형발전, 소상공인 지원은 공통적이다. 소수정당들이 공히 내건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 등 각 당의 공약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유권자가 깐깐해야 정치권의 품격이 올라간다.

정치권도 딱 하루 남은 선거운동이지만 최소한 유권자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막발과 비방을 중단해야 한다. 선거 초반에는 국민 눈높이를 의식하는 듯 했으나 이제는 누가 더 심한 독설과 모욕을 퍼부을 수 있는가 겨루기를 하는 듯한 모습까지 보이면서 주권자로서 무참한 심정이다. 아니면 말고 식의 포퓰리즘 공약 남발, 강성 지지층에 영합하기 위한 편가르기에 급급한 행태를 유권자가 몰라서 지켜보고만 있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구태에 급급한 정당은 10일 투표장에서 주권자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유권자도, 정치권도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내일 치러질 제22대 총선을 계기로 대한민국은 새로운 희망을 써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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