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상륙한 맨발걷기 열풍 “추가 신청은 안 받나요?”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21일 해운대 ‘세븐비치 어싱 챌린지’
접수 일주일 만에 2000명 조기 마감
추가 요청 몰려 당일 200명 더 받기로

‘부산을 슈퍼어싱 성지 만들자’ 선포식
지역 대표 기관·기업 한마음으로 동참
해운대 이어 6월 ‘광안리 어싱 챌린지’

부산을 대표하는 바닷가인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맨발걷기를 즐기는 시민들. 오는 21일 오후 5시 이곳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맨발걷기 좋은 도시 부산 선포식과 세븐비치 어싱 챌린지 첫 번째 행사가 진행된다. 부산일보DB 부산을 대표하는 바닷가인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맨발걷기를 즐기는 시민들. 오는 21일 오후 5시 이곳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맨발걷기 좋은 도시 부산 선포식과 세븐비치 어싱 챌린지 첫 번째 행사가 진행된다. 부산일보DB

2024년 4월 21일 오후 5시.

대한민국을 휘감고 있는 맨발걷기 열풍이 부산 바다에 상륙한다. 대양을 향해 드넓게 펼쳐진 일곱 곳의 해수욕장을 보유한 부산이 대한민국 맨발걷기 역사에 뚜렷한 발자국을 새기게 된다.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2000여 명의 맨발인들이 해운대해수욕장을 가득 메운다. ‘맨발걷기 좋은 도시 부산’ 선포식에 이어 ‘세븐비치 어싱 챌린지’ 해운대 편이 펼쳐진다. 부산이 맨발걷기 성지로 거듭나는 날이다.


∎“죄송합니다. 접수가 마감됐습니다.”

부산의 해수욕장 일곱 곳을 맨발걷기로 도전하는 세븐비치 어싱 챌린지 첫 순서인 해운대 편 참가 신청 접수 사이트가 열린 지난 2일. 기자가 속한 부서 직원들은 하루 종일 빗발치는 문의 전화를 받느라 일상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철도 기반 여행 동아리인 레일코리아에선 수백 명이 단체로 참가하겠다고 연락이 와 간신히 규모를 줄여달라고 부탁했다. 대구의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은 버스 2대에 나눠 타고 해운대로 달려오겠다고 알려왔다.

첫날부터 쇄도한 접수 신청은 7일 만인 지난 8일 2000명을 넘기며 조기에 마감됐다. 말로만 듣던 ‘맨발걷기 열풍’을 절절히 확인한 일주일이었다.

“기념품은 상관없으니 그냥 같이 걷게 해주세요.” 마감 이후에도 간절한 요청이 이어졌다. 이에 ‘부산맨발걷기좋은도시운동본부(이하 맨발부산)’는 오는 21일 챌린지 현장에서 선착순 200명에 한해 즉석 참가 신청을 받기로 했다. 당일 오후 3시부터 운영될 현장 등록대에서 QR코드로 회원 가입을 한 뒤 신청하면 된다. 사전 접수와 마찬가지로 참가비는 받지 않고 경품 당첨의 기회도 주어진다. 다만 기념품 지급 대상에서는 제외된다.

본격적인 ‘부산 맨발시대’를 열어젖힐 이번 프로젝트는 지난달 29일 ‘바다도시 부산을 맨발걷기 성지로’라는 제목의 <부산일보> 기사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부산광역시와 부산광역시의회, 부산상공회의소, BNK금융그룹, 부산일보사가 뜻을 함께하며 ‘부산맨발걷기좋은도시운동본부’를 결성했다. 맨발부산은 올해 해운대를 시작으로 광안리, 송정, 다대포에서 차례로 세븐비치 어싱 챌린지를 진행하고, 내년에도 나머지 챌린지가 열릴 예정이다.


부산의 한 가로등에 오는 21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열리는 세븐비치 어싱 챌린지 첫 번째 행사를 알리는 깃발이 걸려 있다. 이날 오후 5시 맨발걷기 좋은 도시 부산 선포식에 이어 5시 40분부터 어싱 챌린지가 진행된다. 부산맨발걷기좋은도시운동본부 부산의 한 가로등에 오는 21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열리는 세븐비치 어싱 챌린지 첫 번째 행사를 알리는 깃발이 걸려 있다. 이날 오후 5시 맨발걷기 좋은 도시 부산 선포식에 이어 5시 40분부터 어싱 챌린지가 진행된다. 부산맨발걷기좋은도시운동본부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맨발 물결

대한민국은 지금 그야말로 맨발 전성시대다. 가죽과 고무로 덧댄 등산화를 신고 오르던 동네 뒷동산은 물론이고 가까운 학교 운동장에서도 맨발인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유별난 사람 대하듯 바라보던 이들도 어느새 바짓가랑이를 걷어붙이고 맨발로 맨땅을 누비는 접지 대열에 함께하고 있다.

서울과 대전, 대구 등 전국에서 맨발 전도사들이 나서고 자발적인 모임도 활발하게 활동한다. 이런 일은 누군가가 강제한다고 해서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한때 붐을 일으킬 수는 있어도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우리나라에서 맨발걷기 바람이 분 것은 20년 가까이 된다. 맨발걷기를 전파하고 붐을 이끄는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박동창 회장이 <맨발로 걷는 즐거움>이라는 입문서를 낸 게 2006년. 권택환 대구교대 교수가 대한민국맨발학교를 만든 건 11년 전인 2013년이다. 그동안 조용히 이어지던 맨발걷기 물결은 효과를 경험한 사람들이 하나둘 생기고 자연스럽게 동행자가 늘어나며 어느새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강물이 됐다.

이런 흐름 속에서 출발하는 세븐비치 어싱 챌린지는 맨발걷기의 영역을 대폭 넓히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평가받는다. 맨발걷기의 기본을 접지(어싱)와 걷기로 볼 때, 어싱이 가장 잘 되는 곳은 단연 염분과 수분이 풍부한 바닷가다. 그래서 바닷가 맨발걷기를 특별히 ‘슈퍼어싱’이라고 높여 부른다. 하지만 현재 거의 모든 맨발걷기 모임은 산이나 공원에 조성된 황톳길과 흙길에서 진행된다. 슈퍼어싱의 효과를 몰라서가 아니라 기회와 환경이 마련되지 않아서다. 맨발걷기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이번 행사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부산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에서 맨발걷기를 즐기는 시민들. 일곱 곳의 해수욕장을 보유한 부산이 맨발걷기의 최고봉인 슈퍼어싱 성지로 거듭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에서 맨발걷기를 즐기는 시민들. 일곱 곳의 해수욕장을 보유한 부산이 맨발걷기의 최고봉인 슈퍼어싱 성지로 거듭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슈퍼어싱 성지 부산, 2000명이 함께 연다

부산의 맨발걷기 운동이 다소 늦었다는 시선도 있다. 이미 전국 각지에서 정기적인 맨발걷기 행사가 열리고, 많게는 매번 수백 명의 사람들이 참여한다. 부산에서도 수년 전부터 전국 단위 맨발걷기 단체의 지부나 지회가 하나둘 생기며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단체에 소속되지 않고 개별적으로 바닷가를 맨발로 걷는 시민들도 부쩍 늘었다.

21일 열리는 ‘맨발걷기 좋은 도시 부산’ 선포식과 ‘세븐비치 어싱 챌린지’는 이런 자발적인 활동과 열정을 서로 확인하고 부산을 좀 더 행복한 도시로 발돋움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부산시를 비롯해 부산을 대표하는 기관과 기업, 단체가 한뜻으로 동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는 21일 오후 5시 해운대해수욕장 이벤트광장에서 막이 오르는 선포식에선 명예본부장을 맡은 박형준 부산시장과 안성민 부산시의회 의장, 양재생 부산상의 회장, 빈대인 BNK금융그룹 회장, 김진수 부산일보 사장 등 공동본부장 4명이 부산을 맨발걷기 성지로 육성하겠다는 선언과 다짐을 한다.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김준호 집행위원장은 기꺼이 맨발부산의 홍보대사를 맡았다.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박동창 회장도 참석한다. 여러 권의 서적과 서울 대모산 맨발걷기 힐링스쿨 운영을 통해 우리나라 맨발걷기 붐을 주도하는 박 회장은 참가자와 시민들을 위해 맨발걷기의 의미와 올바른 걷기 방법에 대해 강연한다. 행사장에는 페이스페인팅 등 가족과 함께 즐길 이벤트도 마련된다.

이어지는 세븐비치 어싱 챌린지는 이날 오후 5시 40분 이벤트광장 아래 백사장에서 출발한다. 1시간여 동안 왕복 3km 구간의 슈퍼어싱을 즐기는 방식이다. 이벤트광장 현장 등록 때 신발가방과 수건, 배지, 생수, 부산도시철도 모바일승차권 등 기념품을 배부하며, 걷기를 마친 뒤 등록대에 손목띠를 반납하고 즉석 경품추첨권을 받아 부산미래IFC검진센터 건강검진권, 반얀트리해운대부산 숙박권 등 경품 당첨을 확인하면 된다.

맨발부산 관계자는 “해운대 편 이후에도 장소를 옮겨 여섯 차례 어싱 챌린지가 열리는 만큼, 아쉽게 이번 기회를 놓친 분들은 다음 챌린지 참가 신청을 서둘러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6월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열릴 두 번째 챌린지 참가 신청 정보는 추후 <부산일보> 지면과 홈페이지, SNS 등으로 공지될 예정이다.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