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먹은 후보자에게 투표할 수 있다는 게 민주주의” 107세 할아버지 투표 소감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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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개표 현장 이모저모

목욕탕 주차장까지 투표장 변신
투표 장면 생중계 유튜버 적발
긴 투표용지 탓 기표 없이 투입
스티커 안 붙인 투표함 논란도

4.10 국회의원 선거에 투표한 이순동(107) 씨. 딸 이유정 씨 제공 4.10 국회의원 선거에 투표한 이순동(107) 씨. 딸 이유정 씨 제공

10일 치러진 제22대 총선이 32년 만에 총선 최고 투표율을 보일 정도로 관심이 높았던 만큼, 투개표 현장에서는 각종 해프닝과 소란이 빚어졌다. 역대 최고 길이 비례대표 투표용지도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역대 총선 중 비례대표 투표용지가 51.7cm로 가장 길어 혼란. 오전 6시 26분 연제구 연산9동 제7투표소에서는 80대 여성이 기표소에서 나와 비례대표 용지가 너무 긴데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선거 사무원에게 물어. 투표함에 넣으면 된다는 안내를 받은 여성은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었지만 기표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여성이 뒤늦게 투표함을 개봉해 달라고 소란을 피웠지만 선관위는 투표함에서 투표용지를 회수할 수 없다고 공지.

○…산복도로에선 목욕탕 주차장까지 투표장으로 변신. 부산진구 전포동 조은목욕탕 1층 주차장이 처음으로 ‘전포2동 제3투표소’가 되면서 목욕탕 간판 위에 투표소 알리는 종이 붙어. 조은목욕탕이 평일 영업을 중단했다는 소식을 듣고 발 빠르게 협조를 구한 결과. 기존 인근 아파트 주차장 투표소는 입구 경사가 심하고, 공기가 좋지 않아 그동안 투표소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 높았던 곳. 덕분에 목욕탕 입구는 손님이 많았던 시절처럼 붐벼.

○…바람 잘 날 없는 투표소에 경찰 출동도. 오후 2시께 기장군 철마면 고촌리 철마3투표소. 요양보호사와 함께 투표소에 들어온 80대 남성이 투표용지를 받은 후 기표소로 이동하던 중 넘어져 투표용지 일부 찢어져. 교환을 요구하며 언쟁 벌이다 남성이 투표용지 완전히 찢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연행.

○…투표소 안에서 사진 찍고 오리발 내밀기도. 오전 10시 4분 북구 투표소에서 투표소 내부 사진을 촬영한 시민이 자신은 공명선거감시단이라는 황당한 주장 펼쳐. 오전 6시 15분 서구 투표소에서도 한 유권자가 기표소 안에서 투표용지를 촬영하다 적발. 오후 5시 20분에는 한 유튜버가 울산시 남구 삼산동 한 투표소에서 투표하는 장면을 찍고 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 이 유튜버는 자신이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소에서 투표하는 모습을 그대로 중계. 다만, 누구, 어느 정당에 기표했는지는 노출하지 않았다고.

○…‘불편한 몸’도 막지 못한 투표 열의에 주변이 숙연. 오후 1시 30분께 수영구 광안2동 제2투표소. 유모차에 의지해 투표소 들어온 정 모(85) 씨가 선거 사무원 도움 받아 겨우 투표 마쳐. 정 씨 15년 전부터 병으로 시력이 감퇴. 2년 전 대선 때만 해도 직접 투표했지만 올해는 글자 구분도 어려워. “한 표라도 내가 지지하는 정당에 도움 주고자 길 나섰다”는 말에 현장에 있던 이들 잠시 침묵.

○…부산진구 개금동 한 아파트에서는 107세 남성이 투표를 하러 와 눈길. 1917년생 이순동(107) 씨는 신개금엘지아파트에 마련된 개금3동 제8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자기가 마음먹은 후보자를 자유롭게 선택해서 투표할 수 있어 좋다. 그게 민주주의다”고 말해. 올해 투표권이 있는 부산 최고령 유권자는 동구에 거주하는 120세 여성. 10일 오후 1시께 울산시 북구 농소3동 제1투표소가 마련된 상안중학교에는 만 100세 김성순 할머니가 두 딸과 함께 투표소를 찾아 눈길.

○…경남 통영에서는 유권자들이 탄 배가 표류해 하마터면 해상에서 발이 묶일 뻔한 사고 발생. 오전 9시 55분께 통영시 오곡도 인근 해상에서 오곡도 지역 유권자 6명을 비롯해 선장과 기관장 등 모두 8명이 탄 29t 유람선A 호가 스크루에 부유물 감기면서 멈춰 서. 통영해경이 출동해 사고 발생 20분 만에 A호를 예인줄로 연결해 목적지인 학림도로 안전하게 이송.

○…이날 오전 10시 21분 울산 남구 삼호동 한 투표소에서 50대 남성 A 씨가 기표 후 기표함에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넣기 전 선거사무원에게 “왜 1·2번이 없고 3번부터 시작하느냐”며 기표가 된 투표용지를 보여줬고, 선거사무원이 해당 투표용지를 무효 처리하자 화가 난 A 씨가 그 자리에서 투표용지를 찢어 훼손.

○…개표소로 투표소 스티커 부착 안 된 투표함 들어와 소동. 오후 7시께 강서구 대저1동 강서체육관 북구 개표소에 북구갑 구포2동 6투표함이 들어오자 일부 개표 참관인이 “이 투표함은 개표할 수 없다”고 언성 높여. 투표소 명이 적힌 스티커가 투입구 덮개에 부착돼 있지 않았기 때문. 특수봉인지는 모두 제대로 부착돼 있어. 투표관리관은 실수로 스티커 부착 안 했다고 해명했지만, 일부 참관인이 “선거에 실수는 있을 수 없다”며 부정선거 의혹 제기해 실랑이. 오후 7시께 벡스코 제2전시장 개표소에서도 5개 투표함의 스티커 뜯은 흔적 두고 더불어민주당 개표참관인이 문제 제기. 중앙당 차원의 질의 결과 나올 때까지 개함 중단 요청하기도. 선관위는 선거위원들이 잘못 붙였다 다시 붙이는 과정에서 흔적 남은 것이라 해명.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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