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간사업자가 어민 갈등 부추겨”…통영 욕지도 해상풍력 또 ‘부글부글’
경남대책위, 11일 긴급 대책회의
"일부 어민단체 우군 포섭” 성토
가능한 수단·방법 총동원해 저지
경남해상풍력대책위원회는 11일 통영수협 회의실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무분별한 해상풍력 사업 백지화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김민진 기자
“하다 하다 안되니 이제 어민 간 갈등을 부추기려 하고 있다. 이대로 끌려가선 안된다.”
경남 남해안 어선업계가 통영 욕지도 황금어장 주변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 반대 의지를 재확인하고,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무분별한 해상풍력 사업 전면 백지화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경남해상풍력대책위원회는 11일 통영수협 회의실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의했다. 이날 회동은 지역 수산업계의 거센 반발에도 계속되고 있는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개발 현황을 공유하고 대응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 통영‧거제‧고성‧남해‧사량‧삼천포‧욕지‧멸치권현망수협 등 욕지도 주변을 주 조업지로 하는 9개 수협장이 배석했다.
참석자들은 최근 ‘해상풍력 계획입지 특별법’이 표류하는 사이 특정 민간사업자가 일부 어민단체와 비공식적으로 접촉하며 ‘우군’을 포섭하는 통에 지역사회가 찬반으로 갈려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대책위에 따르면 욕지도 인근에 대규모 해상풍력발전 단지를 추진 중인 A사는 오는 16일 남해군 일부 어민단체와 상생협약을 체결한다. 하지만 A사는 그동안 공식적인 대화 채널 개설을 거부한 사업자라는 게 대책위 주장이다. 작년 12월 환경영향평가 공청회에서 입지 변경이 불가능하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 2월엔 ‘중점평가사업’ 지정요구도 거부했다는 것이다.
중점사업이 되면 환경영향평가 시 환경은 물론 각종 자원과 연관 산업에 미치는 영향까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특히 ‘갈등조정협의회’나 ‘전문가 합동현지조사’ 등 공식적이고 제도적인 협의 절차 과정에 어민들이 이해당사자로 참여해 업계 권익 보호에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 반면 A사는 “관련 법령과 외부 전문가 자문 결과 등을 종합한 결과 대상이 아님이 명백하다”며 반대했다.
이에 대책위는 해양수산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중앙부처와 경남도청에 정부의 개입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채택했다. 이와 함께 해상풍력 특별법 마련에 정치력을 집중한다. 특별법은 해상풍력의 질서 있는 보급과 수산업계와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전사업허가 요건을 대폭 강화하면서 국가 주도 계획입지를 전면 도입하고, 민간이 추진하는 신규 개별 사업은 금지하는 게 핵심이다.
최필종 수협중앙회 해상풍력대책위원회 수석위원장은 “허술한 제도 탓에 무려 30년 이상 바다를 독점하는 데도 실질적 이해당사자인 어민과는 제대로 된 협의도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면서 “대대손손 물려주고 받을 바다를 하루아침에 상실 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정두한 부산·경남권역 위원장도 “정부는 해상풍력 문제를 더 이상 주민과 어민에게 미루기만 해선 안된다”면서 “정부가 제 역할을 못 할 경우 어민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통영 욕지도 인근에서 추진 중인 대규모 해상풍력발전 사업. 부산일보DB
욕지도 주변 조업 현황. 전국 최고 수준의 조업 밀도를 보인다. 부산일보DB
어민들이 이처럼 강경 대응에 나서는 이유는 욕지도 인근이 어선업계 최고의 황금어장이기 때문이다. 각종 어류 서식·산란장으로 난류를 따라 회유하는 멸치 떼와 이를 먹이로 하는 각종 포식 어류가 유입되는 길목으로 전국 최고 수준의 조업 밀도를 보인다. 이 때문에 2021년 12월 고시된 ‘경남해양공간 관리계획’에서 ‘어업활동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이런 곳에 대규모 풍력단지가 들어서면 발전기 설치·가동 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 전자파 영향으로 바다 생태계가 초토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어민들 주장이다. 게다가 가뜩이나 비좁은 조업구역 역시 더 줄어들 공산이 크다. 해상풍력 사업자는 단지 건설과 가동 기간 내내 대상 해역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갖는데, 안전을 핑계로 단지 내부는 물론, 외부 반경 500m까지 선박 출입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욕지도를 중심으로 추진 중인 대형 프로젝트만 4건, 예상 계획 면적은 130㎢로 국제경기가 가능한 축구경기장 2만 2000여 개를 펼친 규모다. 해상풍력은 수심 20~50m에 평균 풍속이 초속 6m를 넘어야 사업성이 확보되는데, 욕지도는 동·서·남해안을 통틀어 이를 충족하는 몇 안 되는 최적지로 손꼽힌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