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울증과 불안감은 내 탓이 아니라 뇌 탓" 조용상 뇌과학자·가천대 교수
뇌의 메커니즘을 잘 이해하면
스트레스 상황 대응에 훨씬 유리
브레인 리스닝 등 뉴로컨설팅 개발
뇌과학자인 조용상 가천대 교수는 뇌 메커니즘을 알면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우울하고 힘든 건 내 탓이 아니라 뇌 탓입니다.”
뇌과학자 조용상 가천대학교 교수는 스트레스가 높은 시대 ‘뇌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리터러시란 기록된 지식과 정보를 이해하는 능력을 뜻한다. “디지털이나 금융 분야의 리터러시는 많이 강조하는데 정신건강에 대해서는 인식이 낮아요. 지난 5년간 우리나라에서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치료받은 환자가 906만 명입니다. 정신건강 리터러시를 높이면 유병률을 의미 있게 낮출 수 있다고 봅니다.”
정신건강 리터러시를 높이기 위해서는 ‘뇌 메커니즘’을 알아야 한다며, 실제 사례를 들려줬다. “한 벤처 사업가가 경기도 광역버스를 탔는데 갑자기 구토가 하고 싶더래요. 고속도로에서는 버스가 서지 않으니 참을 수밖에 없었죠. 어느 순간부터는 심장이 빨리 뛰고 눈앞이 깜깜해지면서 숨이 쉬어지질 않더래요. 공황발작 증상이었죠. 그러곤 며칠 뒤 셔츠를 입는데 옷깃이 목에 닿자마자 똑같은 증상이 나타났어요. 그날 버스에서 목이 긴 티를 입었는데, 뇌가 비슷한 상황으로 인식한 거예요.”
조 교수는 “뇌는 과잉 보호하는 부모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만약 뱀처럼 보이는 것이 있다면, 전전두엽이 확인해야 하는데 너무 가까이 가서 알게 되면 위험하잖아요. 그래서 우리 뇌는 비슷하면 뱀이라고 인식해 버리는 거죠. 벤처 사업가의 경우도 뇌가 과잉 보호를 한 겁니다. 이런 상황이 생길 때마다 ‘아, 내 뇌가 그렇게 인식하는구나’ 깨닫는 것만으로도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됩니다.”
뇌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대응이 훨씬 유리하다. “뇌 탓인 것만 알아도 신경 세포가 변화합니다. 그게 신경가소성이에요. 뇌 하드웨어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거죠. 객관적인 현실은 존재하지만 뇌는 타고난 하드웨어와 경험으로 필터링해요. ‘뇌 현실’이라고 부릅니다. 명상, 신체 활동 등을 통해서 뇌 현실을 증강시키면 똑같은 상황에서 훨씬 더 잘 대응할 수가 있어요.”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같은 동작을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관절에 문제없는 사람에게는 달리기를 적극 추천합니다. 소속감과 교류가 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함께 뛰는 게 좋습니다. 같은 이유로 스피닝이나 합창단 활동도 좋아요. 사람들과 같은 동작을 하면 뇌에서 옥시토신이 분비됩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치솟는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감소시키는 작용을 해요.”
조 교수는 영국 멘체스터 대학에서 의료정책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고려대 의대에서 신경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돌발성 난청’이었다. “2003년 영국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귀국해서 한두 달 매일 술을 마셨어요. 하루는 한쪽 귀에서 삐 소리가 나더라고요. 병원에 갔더니 한쪽 귀 청각이 거의 소실됐대요. 스테로이드와 휴식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나을 확률이 30%, 평생 갈 확률이 30%, 다른 쪽 귀까지 안 들릴 확률이 30%였어요. 굉장히 불안했죠.”
진단 사흘째 되는 날 갑자기 음악이 듣고 싶어졌다. “평소 좋아하던 바흐의 B단조 미사와 로시니의 현악 소나타를 이틀 내내 들었어요. 그런데 거짓말처럼 청력이 돌아온 거예요. 약의 효과도 있었겠지만 음악의 효과도 틀림없이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뇌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이후 조 교수가 개발한 것이 브레인 리스닝이다. 음악이 주는 힐링 효과를 극대화한 스트레스 감소 기법이다. 이를 포함해 뇌 메커니즘 교육, 감사 일기 쓰기, 명상 등 뇌 과학을 기반으로 한 스트레스 솔루션 ‘뉴로컨설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과 서울 등에서 기관·지자체·기업 강연, 뇌 기반 힐링 음악회, 전문직 뉴로컨설팅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현대인 병으로 불리는 불면증에 대한 처방을 구하자 ‘아침에 햇빛을 30분 이상 받기’를 내놓았다. “눈 안에 시상하부라는 부위가 생체시계 역할을 해요. 하루는 24시간 주기인데 생체시계는 그보다 20~50분 더 깁니다. 계속 차이가 나면 생활 리듬이 깨져요. 햇빛이 생체시계 부위에 닿아야 리셋됩니다.”
잠자기 전 감사 일기 쓰기도 적극 권했다. “우리 뇌는 생존력을 높이기 위해 긍정적인 일보다 부정적인 일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는 부정 편향성이 있어요. 감사하는 습관을 들이면 부정 편향성을 낮추고 부교감신경을 증진해 숙면에도 도움이 됩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