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씹어 먹기 ‘오도독’] 바꾸려는 자와 바뀌지 않으려는 자의 핏빛 대결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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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신작 드라마 ‘지배종’
가까운 미래 ‘배양육’ 소재로
‘비숲’ 작가… 한효주 등 출연

‘지배종’ 스틸컷. 디즈니플러스 제공 ‘지배종’ 스틸컷. 디즈니플러스 제공

“살생, 도축, 다른 생명의 희생 없이 고기를 즐길 순 없을까?”

‘배양육’을 상품으로 개발해 세계 시장을 제패한 글로벌 기업 ‘BF(Blood Free)’의 윤자유 대표(한효주 분)는 배양육 연구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 이렇게 소개한다. 이어 “피 흘리는 음식은 이제 구시대의 것이 되었다”고 선언한다.

배양육으로 소고기, 돼지고기 등을 대체한 BF는 신제품발표회를 열고 참치, 연어 등을 분석해 만든 식재료를 공개한다. 육지를 넘어 바다까지 영향력을 넓히겠다는 것. BF가 야심 차게 선보인 시제품을 맛본 고객은 만족감을 보이고 행사는 성공적으로 끝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행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윤 대표의 차 위로 한 축산업자가 투신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동안 축산업자 등으로부터 수차례 생명의 위협을 받은 윤 대표는 이를 계기로 해군 장교 출신 경호원 우채운(주지훈 분)을 채용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BF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집단으로부터 해킹 피해까지 입는다.

지난해 드라마 ‘무빙’, ‘카지노’로 큰 인기를 끈 디즈니플러스의 신작 드라마 ‘지배종’은 배양육으로 세상을 바꾸려 하는 자와 기존의 방식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집단 사이의 갈등을 다룬다. 2025년을 배경으로 인공배양 기술을 접목한 이 작품은, 실생활과 가까우면서도 궁금증을 유발하는 소재로 시청자의 관심을 잡아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 탓에 몰입이 쉽지 않았던 기존의 다른 SF 소재 드라마(경성에서 괴물이 나오는 드라마라든지)와 다른 점이다.

아직 ‘구시대’에 사는 사람으로서 작품 속에 등장하는 배양육의 맛은 어떨지, 현실에서 배양육 기술은 어느 정도로 발전했는지 등이 궁금해진다. VR 기술을 활용해 경호원 면접을 보는 장면 등은 눈을 즐겁게 하고, 쇠퇴하는 1차산업 종사자와 BF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는 정치권의 모습도 현실적으로 묘사됐다.

황시목 검사(조승우 분)가 탄생한 tvN 드라마 ‘비밀의 숲’의 각본을 담당한 이수연 작가의 신작이라는 점도 다음 회차를 기다리게 만드는 요소다. 아직 2회차까지밖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우채운이 BF에 입사한 진짜 목적은 무엇인지, BF의 전산을 마비시킨 해킹범은 누구인지 등 곳곳에 뿌려진 ‘밑밥’을 회수하는 재미를 기대하게 만든다. 이 작가는 ‘비숲’의 장점을 잘 살려 인물 한 명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BF를 둘러싼 여러 인물이 각자 추구하는 진실을 찾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려냈다. SF 소재에 범죄·추리 요소까지 더해진 스토리는 시청자의 말초신경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배우 라인업도 탄탄하다. “통풍약을 먹고 액션 연기를 촬영했다”는 주연 배우 주지훈과 한효주를 포함해 ‘더글로리’에서 악마 사형수로 열연한 이무생, 이희준, 김상호 등이 출연한다. 신제품발표회 행사장으로 활용된 영화의전당처럼 곳곳에서 발견되는 부산의 모습도 숨은 관전 포인트다.

한효주는 냉철하면서도 야망 있는 윤자유 역을 맡아 영화 ‘독전 2’에 이어 새로운 캐릭터로 변신했다. 하지만 그녀가 보여주는 윤자유는 냉철함은 잘 드러나지만 야망은 다소 부족해 보인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드라마 초반부의 약간 심심한 듯한 전개도 아쉬운 점이다.

최근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시리즈의 부진으로 핵심 콘텐츠 발굴에 매진 중인 디즈니플러스의 신작이 지난해 히트작 ‘무빙’과 옆집에서 활약 중인 ‘기생수’를 이길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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