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도 성형시킬 수 있다고?
김지오 ‘감각성형’전 20일까지
‘박치→음악천재’ 기발한 상상
영화에서 과거로 이동한 주인공이 현대 기술에 관해 이야기하다 이상한 사람 취급당하던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주인공이 간 시대에서 개인 컴퓨터(PC)가 막 등장해 사람들이 놀라워하는데 주인공은 “앞으로 컴퓨터가 작아져 손에 들고 다니고 전화로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가 비웃음을 당하게 된다. 지금은 흔하게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과거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제이무브먼트 갤러리에서 열리는 부산대 김지오 교수의 ‘감각성형’ 전시를 보며 앞서 말한 영화 속 장면이 떠올랐다. 전시에선 앞으로 인간의 감각도 성형이 가능하다는 것을 회화, 영상을 통해 선명하게 보여준다.
김 교수는 “인간의 뇌에 컴퓨터칩을 이식해 인간의 능력을 올리는 기술이 진행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인간의 기본 감각을 강화하고 음감, 리듬감 등 예술적 공감각 기능까지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1층 전시실에는 ‘헤비메탈 소년의 욕망-눈으로 연주하다’라는 키네틱 아트 작품이 있다. 작가는 자신의 얼굴을 3D 프린팅으로 재현했고, 재현된 얼굴 속 눈동자가 움직이며 드럼의 심벌즈를 연주한다. 김 교수는 취미로 드럼을 연주하는데, 악보가 바로 뇌에 입력돼 굳이 연습을 하지 않아도 바로 연주를 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늘 있었다고 한다. 그 욕망이 작품으로 탄생한 것이다. 지하 1층 전시실에는 ‘박치’에게 리듬 감각을 증강시키는 내용의 관객 체험형 설치 작품도 있다.
영화관처럼 꾸민 공간에선 재미있는 영상을 볼 수 있다. ‘리듬감 성형’ 시술을 받은 일반인이 천재 드러머로 변신하는 페이크 다큐이다. 글로벌 대기업이 진행하는 감각성형 광고 영상도 볼 수 있다. 김 교수가 배우와 촬영 감독을 섭외해 직접 제작했다. 완성도가 높아 영상이 실제 현실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감각성형을 광고하는 대형 포스터 그림도 있다. 지금은 미디어 아티스트로 유명하지만, 서양화를 전공한 김 교수의 장기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전시에선 회화를 비롯해 영상 미디어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작품들이 있다. 전시는 20일까지 열린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