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도, 이스라엘도 중동 전쟁 우려에 ‘조마조마’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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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주유소 북새통에 공항도 폐쇄
이스라엘, 공습 대피 끝냈지만 불안감
미국·유럽, 유대인 공동체 보안 강화
이란 극우 지지자 “이스라엘에 죽음을”

13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시민들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상대로 한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왼쪽). 같은 날 이란 테헤란에서는 영국 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이스라엘을 겨냥한 혁명수비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EPA연합뉴스 13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시민들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상대로 한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왼쪽). 같은 날 이란 테헤란에서는 영국 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이스라엘을 겨냥한 혁명수비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EPA연합뉴스
13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시민들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상대로 한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왼쪽). 같은 날 이란 테헤란에서는 영국 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이스라엘을 겨냥한 혁명수비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EPA연합뉴스 13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시민들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상대로 한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왼쪽). 같은 날 이란 테헤란에서는 영국 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이스라엘을 겨냥한 혁명수비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EPA연합뉴스

지난 13일(현지시간) 이란이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에 폭격에 대한 보복으로 사상 처음 이스라엘 영토를 직접 공격했다. 이란 국민은 이번 보복에 대해 상반된 시각을 보이며 일상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4일 “이란 국민 중 일부는 이번 공격이 불러올 수 있는 격변을 두려워하고, 또 다른 이들은 싸우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등 의견이 분열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13일 밤 이스라엘 보복 공격 뉴스를 접한 이란 국민은 이번 공격으로 경제가 더 큰 타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했다. 실제로 테헤란을 비롯한 여러 대도시의 주유소 앞에는 기름을 얻으려는 차량 대기 행렬이 1마일(1.6㎞)을 넘었다고 NYT는 전했다. 일부 부모들은 일요일인 14일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고, 테헤란 공항도 폐쇄되어 운영 시점을 조율 중이다.

이란 국민은 이번 보복 공격이 이스라엘과의 대립을 통제 불능 수준으로 악화시키는 건 아닌지 우려 중이다. 이란의 한 37세 엔지니어는 NYT에 “나는 전쟁이 두렵다. 전쟁은 우리의 일상생활, 특히 경제와 달러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고 불안은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불안은 이스라엘 측도 마찬가지다.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이란의 대규모 공습에 대피소로 몸을 피했던 이스라엘 국민은 불안감 속에서도 점차 일상을 되찾아가는 모습이었다. 대피소에서 밤을 지새웠던 주민들은 집으로 돌아갔고, 시내에 있는 상점들은 다시 손님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주민들은 대피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 채로 공포에 떨었던 기억은 떨치지 못하는 듯했다. 예루살렘의 한 시민은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있었다. 이란에서 발사된 로켓은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로켓보다 더 정교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불안감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외에도 서방 국가 곳곳에서 혹시나 있을지 모를 테러에 대배히 유대인 공동체가 보안 경계를 강화하고 나섰다.

14일(현지시간) 예루살렘포스트,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이스라엘 매체에 따르면 유럽랍비협의회(CER)는 이란 지원 무장 단체들이 과거 전 세계 유대인을 공격했다면서 유럽 내 유대인 공동체가 대비 수준을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의 유대인 단체 ‘커뮤니티 시큐리티 트러스트’(CST)도 아직 유대인 기관에 대한 공격의 구체적 경고 신호는 없지만, 모든 공동체에 보안 조치를 충분히 이행하라는 요청을 보낸 상태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북미 유대인 연맹은 100개 이상의 유대인 공동체가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고 있으며, 유대 명절인 유월절 보안과 관련해 오는 17일 브리핑을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 경찰(NYPD)도 현재 이스라엘에서 전개되는 상황을 면밀히 보고 있으며 다른 법 집행 기관, 종교 지도자,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협력해 도시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은 현재 뉴욕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은 없지만 뉴욕시 전역의 유대인 공동체와 예배당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에 추가 인력을 배치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란 국내에서는 정부를 지지하는 수백명은 공격 당일 테헤란 중심부의 팔레스타인 광장에 모여 정부의 군사적 대응을 환호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불꽃을 쏘아 올렸다. 광장의 대형 벽화에는 페르시아어와 히브리어로 “다음번 타격은 더 셀 것이다”라는 문구가 몸통에 새겨진 이란제 미사일이 그려져 있었다.

지지자들은 14일 밤에도 광장에 모여 반이스라엘 구호를 외쳤다. 소셜미디어에도 이란이 전쟁에 나선다면 무조건 조국을 위해 싸우겠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이란의 한 토목 기술자는 “외국의 적이 개입했을 때, 명예라는 것은 목숨을 희생에서라도 조국의 편에 서는 것을 말한다”라며 “이란 만세, 이란 군인 만세”라고 적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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