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기는 극우파, 말리는 우방국… 네타냐후 손에 달린 전쟁 방아쇠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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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진 압박 몰린 이스라엘 총리 앞
연정 파트너·미국 상충된 요구
양쪽 모두 만족시킬 방안 고심
재보복 공언에도 대응책 불투명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이어진 지난 13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공군 기지에서 출격 대기 중인 F-15 전투기. UPI연합뉴스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이어진 지난 13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공군 기지에서 출격 대기 중인 F-15 전투기. UPI연합뉴스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대규모 보복 공습으로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국제사회에서는 확전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한다. 이에 시선은 재보복의 키를 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쏠린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현지시간) 이번 이란의 공격으로 이스라엘 지도부가 어려운 과제 앞에 놓였다며 “중동을 전면적인 분쟁으로 몰아넣지 않으면서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문제”라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퇴진 압박에 시달려온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 재보복을 요구하는 극우 연정과 전쟁을 반대하는 미국 등 국제사회 사이에서 양쪽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두고 고심할 것이란 이야기다.

그간 네타냐후 총리는 국내외에서 강한 비판에 직면해 왔는데, 우선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허용한 안보 실패 책임자이자 6개월 동안 이어진 전쟁에도 인질은 여전히 억류 상태라는 점에서 국내에서 비난 여론이 거세다. 동시에 국제사회에서는 가자지구 전쟁에 따른 대규모 민간인 피해를 발생시킨 장본인으로 지탄의 대상이 돼 왔다.

이제는 이스라엘 최대 우방국인 미국 등과 자신의 정치적 운명의 열쇠를 쥔 극우 연정 파트너로부터 상충하는 요구를 받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번 이란 공격 후 “미국은 긴장 고조를 원하지 않는다”며 이스라엘에 자제를 촉구하고 있는 반면 이스라엘 내 강경 우파는 일제히 적극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이에 이란의 공격 후 “우리는 우리를 해치는 자들을 누구든 해칠 것”이라며 보복 방침을 분명히해 온 이스라엘의 구체적 대응 형태는 불투명하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이란 전문가 라즈 짐트는 FT에 “이스라엘이 대응 수위를 정할 때는 미국의 입장과 대이란 조치가 가자지구에서의 작전 수행 능력에 미치는 영향 등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전문가들은 이스라엘 계획은 국제사회의 대응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얄 훌라타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란의 공격에 (국제사회의)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스라엘의 대응은 더 강경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사회 분열이 극심한 이스라엘에선 이번 이란의 공격조차 정치적 해석으로 이어지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자들에게 이스라엘이 수백 대의 드론과 미사일이 동원된 이란의 공격에 방어 기술을 과시한 것은 이란의 위협에 대한 그의 경고가 옳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NYT는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1996년 취임 첫해부터 이란 핵무기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해 왔다. 반대 진영에서는 이를 네타냐후 총리가 아닌 이스라엘 공군의 공으로 돌리고 있다.

이처럼 이스라엘 내부적으로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향후 네타냐후 총리의 결정을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쏟아진다. 중동뉴스 알모니터의 이스라엘 정치평론가 마잘 마울렘은 “최근 몇 년간 이스라엘에서 벌어진 모든 일들과 마찬가지로, 이 이야기도 두 가지로 나뉜다”며 “이스라엘 사회의 분열과 양극화로 사람들은 전체 그림을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란은 이스라엘 공습 이후 유럽연합(EU),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의 외교 수장들과 잇따라 정세를 논의했다. 이란은 공격의 빌미를 이스라엘이 제공했다고 강조하며 국제 무대에서 우호적 분위기를 만들려고 외교 공세를 펼치는 것이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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