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음주문화 개선 조례안 개정한 '비주류' 시의원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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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진 부산시의회 복지환경위원장

"공공장소 음주 행위 막아야"
'금주구역'으로 명칭 바꾸고
단속 주체, 과태료 근거 명시

‘건전한 음주문화 환경조성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 부산시의회 이종진 복지환경위원장. ‘건전한 음주문화 환경조성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 부산시의회 이종진 복지환경위원장.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게는 더 나은 음주 문화를 물려줘야 하지 않겠어요?”

부산시의회 이종진(북구3) 복지환경위원장이 발의한 ‘건전한 음주문화 환경조성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이 지난 임시회에서 통과됐다. 이 위원장의 각오는 자못 비장하다. 그는 “한국의 음주 문화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은 무분별한 음주 행위에도 지나치게 관대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선진국과 달리 주류 접근을 제한하는 정책이 거의 없고, 알코올 중독 정책도 애초에 잘못된 음주 행위를 예방하기보다 중독자 개개인을 치료하는 식으로 잘못된 방향을 고수해 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앞서 지난 2018년 세계보건기구는 세계적으로 음주 폐해가 늘자 이에 대한 예방과 감소 정책을 내놨다. 한국 정부도 이에 따라 2021년 ‘국민건강증진법’을 개정했다.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음주 행위가 부적절한 관내 공공장소를 ‘음주청정 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이번 조례 개정안 통과로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음주청정 구역’이란 용어를 ‘금주 구역’으로 바꾸고, 지자체 단속 권한과 과태료 부과 근거를 조례에 명시한 것이다. 어린이집·유치원 근처, 공원 주변, 버스정류장 등 청소년과 어린이가 자주 오가는 공공장소가 ‘금주 구역’에 해당한다.

이 위원장은 “음주청정 구역이라는 명칭은 해당 장소에서는 ‘음주를 가급적 자제하면 된다’는 뉘앙스로 받아들이는 한계가 있다”면서 “명칭을 ‘금주 구역’으로 못을 박고 단속 주체까지 명시해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음주 행위를 하면 안 되는 장소를 명시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위원장은 9대 시의회가 시작하면서부터 부산의 음주 문화를 개선해 보자는 각오를 다졌었다. 당시 중학생과 고등학생이던 자녀가 밤늦게 공부하고 돌아오는 길에 마중을 나가보면 그 시간에도 종종 노상에 펼쳐진 술판과 흥청망청 거리는 취객을 목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이런 풍경은 밤길을 걷는 청소년에게 너무나 큰 위협이 된다”면서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 입장에서 반드시 고쳐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번 조례 개정안 통과로 금주 구역이 설정되고 지자체 단속이 이뤄지면 범죄 예방 효과도 클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는 “술은 술집에서만 즐기고 노상에서 음주를 하는 행위를 막아야 한다”면서 “이런 풍토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차츰 범죄 발생과 예방, 양 방향에서 모두 긍정적인 효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제도와 환경을 바꿔야 그 사회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행동 양식도 바뀔 수 있다고 믿는 이 위원장이다.

그렇다면 조례를 개정한 이 위원장의 주량은 어느 정도일까. 평생을 ‘비주류’로 살아온 그는 술이라면 손사래부터 쳤다. 실제로 이 위원장은 술이 받지 않는 집안 내력 탓에 정치 생활을 하면서도 숱한 고초를 치렀다. 그는 “집안 어르신부터 소주 한 잔만 드셔도 어지러워 하실 정도로 술을 못 하는 집안”이라며 “그래도 정치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이제는 소맥 5잔까지는 버틸 정도로 늘었다”면서 웃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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