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숲, 작품에 담기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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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임 개인전 ‘봄은 깊어’
5월 1일까지 갤러리 보다
한지 염색 후 오리고 붙여

조재임 작가 전시 전경. 갤러리 보다 제공 조재임 작가 전시 전경. 갤러리 보다 제공

조재임 작가 전시 전경. 갤러리 보다 제공 조재임 작가 전시 전경. 갤러리 보다 제공

신기하다. 조재임 작가의 작품 앞에 서면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바람이 숲을 스치며 내는 사그락거리는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소리가 은은하게 다가온다. 소리뿐만이 아니다. 빛을 받아 색색 변하는 색 잔치도 펼쳐진다. 눈부시게 빛나는 초록부터 연보랏빛도 감돈다. 빛의 방향 따라 잎의 색은 달라진다. 조재임 작가의 작품에서 관객은 각자의 숲이자 쉼터를 찾아낸다. “작가님의 작품을 통해 힐링을 얻고 갑니다”라는 방명록 속 감상평이 공감된다.


조재임 작가 전시 전경. 갤러리 보다 제공 조재임 작가 전시 전경. 갤러리 보다 제공

5월 1일까지 갤러리 보다에서 진행되는 조재임 작가 개인전 ‘봄은 깊어’는 독특한 표현 기법이 돋보이는 작품들로 꾸몄다. 한국화를 전공한 조 작가는 한지에 물감을 흩뿌려 일일이 채색하고 건조시킨 후 나뭇잎 모양으로 자른다. 얇은 한지가 단단한 형태를 가지기 위해 단단한 밑판이 필요하다. 한지 모양과 똑같이 종이판을 오린 후 그 위에 한지를 붙인다. 수많은 가지와 잎이 모여 숲이 되기 위해 이 과정을 수없이 반복한다. 일종의 종이 콜라주 방식이다.

원하는 숲의 형태가 나올 때까지 작가는 손으로 계속 한지와 종이를 채색하고 오리고 붙이고 칼로 파내기도 한다. 그야말로 한 땀 한 땀 장인 정신이 느껴진다. 조 작가의 작업은 같은 작가들 사이에서 고단한 과정으로 유명하다. “육체적 한계와 시간을 통째로 바쳐야 한다” “작업이라기보다 노동이다” “이걸 해 낼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라는 평가로 조 작가의 치열한 작업을 인정한다.

부지런히 움직인 손의 결과물은 작은 잎사귀 하나에도 눈이 갈 정도로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변신한다. 사각형 틀 속에 겹겹이 쌓인 잎들과 그 속의 여백들에선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환상의 숲인 것 같다가 어떨 땐 친숙한 뒷산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한국화 물감을 사용했기 때문에 서양화 물감들과는 다른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이 색다르다. 한지에 은은하게 스며든 한국화 물감은 자연이 주는 편안함을 잘 표현하고 있다.


조재임 작가 작품으로 만든 스탠드(등). 갤러리 보다 제공 조재임 작가 작품으로 만든 스탠드(등). 갤러리 보다 제공

조재임 작가 작품으로 만든 천정 장식물. 갤러리 보다 제공 조재임 작가 작품으로 만든 천정 장식물. 갤러리 보다 제공

이번 전시에선 사각형의 작품뿐만 아니라 천 위에 잎을 붙여 발처럼 늘어뜨린 작품, 잎 문양을 활용한 스탠드(조명), 천정 설치물 등 다양한 시도를 보여준다. 인테리어 효과도 있어 작품 하나면 집 안에 봄이 물씬 느껴질 것 같다.

조 작가는 “자연의 리듬, 생명의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이기에 작품을 통해 자연스럽게 다가가리라 기대한다”고 소개했다.

조 작가는 작품 활동과 함께 예술 교육 강사로도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중고등학교, 대학 강의는 물론 현재 금정문화회관 기획 전시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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