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치고받는 이스라엘-이란… 중동 '게임 체인저'에 격랑
직접 충돌 자제 ‘그림자 전쟁’
불문율 깨지며 위험 국면 직면
전문가들 “되돌리기 어려워”
오판에 따른 전면전 위험 확대
이스라엘의 이란 본토 공격이 있었던 19일(현지시간) 현지 주민들이 이란 수도 테헤란 시내에서 반이스라엘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스라엘과 이란이 한 차례씩 공격을 주고받으며 ‘맞불 보복’을 감행한 이후 상황은 일단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양측은 갈등을 추가로 고조시키기보다는 수위 조절을 하며 퇴로를 찾는 모습이다.
하지만 양국이 막후에서 은밀하게 대립해온 관례를 깨고 영토를 직접 타격했다는 점에서 중동 정세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게임의 규칙’이 바뀌어 언제든 확전 불씨가 되살아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이란이 벼랑 끝에서 돌아섰지만 양국 관계는 더 위험한 영역으로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양측은 상대국 영토를 겨냥한 ‘제한적 공격’을 감행했고 별다른 피해를 야기하지 않았다. 또한 상황을 전쟁으로 몰고 갈 의사도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직접적 공격을 주고받은 이상 이전과 같은 ‘그림자 전쟁’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워졌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양국은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전쟁을 이어왔으나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에 따른 가자지구 전쟁으로 양측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러한 구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주변국에서 이란의 활동을 억제하고자 이란의 이란혁명수비대(IRGC)를 겨냥한 공격 수위를 높였고, 이란은 이에 대응해 가자전쟁 개입 의지를 내비치며 위협을 가했다.
이는 결국 이달 1일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폭격과 13일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보복 공습, 19일 이란 이스파한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재보복 공격 등 직접적인 충돌로 이어졌다.
WSJ은 이스라엘과 이란이 맞공격으로 그림자 전쟁에서 벗어나 직접 폭격으로 갈등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줬으며, 양국 간의 오랜 적대감이 앞으로는 이러한 맥락에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아사프 오리온 선임연구원은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불안정한 새로운 단계에 있다”고 진단했다. AFP통신도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스라엘과 이란의 맞불 공격으로 중동지역의 ‘게임의 규칙’이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국무부 관료 출신인 수전 멀로니 브루킹수연구소 부소장을 인용해 이스라엘과 이란의 맞공격이 중동 지역의 판도를 뒤흔든 ‘게임 체인저’가 됐다고 전했다. 이번 충돌을 통해 양국이 대리인을 통하기보다 직접적으로 싸울 의지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 당장은 더 고조되지는 않더라도 추후 전면전으로 비화할 위험성이 더 커졌다고 우려하고 있다. 둘 중 어느 한쪽에서 상대의 의도를 오판하는 등의 경우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CNN방송은 “상대국 영토는 공격하지 않는다는 금기를 깨뜨림으로써 위험한 새로운 시대로 몰아넣었다”면서 “가자지구 전쟁이 6개월간 이어지는 데다 양국 내부의 정치적 긴장이 첨예해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할지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상황은 더욱 위험하다고 짚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