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고집 꺾은 정부, 원점 재논의 고집하는 의료계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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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원분 50~100% 자율 모집”
국립대 총장 건의 정부서 수용
의협 “근본 해결책 아냐” 냉담
학장단 “정원 동결부터” 제안
25일 교수 사직안 효력 발생
경상국립대병원도 비상 경영

의대정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1일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한 환자와 보호자가 계단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정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1일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한 환자와 보호자가 계단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 두 달여 만에 한발 물러섰다. 의대 정원 증원분의 50~100% 범위에서 대학이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대 자율 증원안을 수용하지 않고 원점 재논의를 주장하고 있어 의정 갈등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후 브리핑을 열고 “6개 국립대 총장이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에 한해 의대 정원 증원분의 50% 이상 100% 범위 내에서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조치해 달라고 건의했다”면서 “정부는 국립대 총장의 건의를 전향적으로 수용해 결단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내년 의대 정원 증원이 확정된 지역 32개 대학이 희망하는 경우 자율적으로 정원 규모를 정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증원 규모는 최소 1000명에서 2000명 사이가 될 예정이다.

전공의 병원 이탈 이후 면허정지 행정처분 등 강경 기조를 내세우던 정부는 총선 전 당정 협의를 통한 ‘유연한 처분’으로 돌아섰지만, 2000명 증원을 고수했다는 점에서 처음으로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여당의 총선 참패 이후 열흘 가까이 침묵하다 내놓은 해법이다.

하지만 의정 갈등 해소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의 의대 자율 증원안 발표 하루 뒤인 20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 발표는 현재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나름대로 고심한 결과라고 평가하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기에 의협 비대위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주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출범을 예고했는데, 의협은 의료개혁특위 참여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정부를 향해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원점 재검토”를 촉구했다.

전국 의과대학 학장들 역시 정부의 의대 자율 증원안에 반대 뜻을 밝히고, 의정 갈등 장기화에 대응한 중재안을 내놓기도 했다. 올해 의대 입학 정원을 동결하고 정부와 의료계가 참여하는 대화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제안이다.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이 모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21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은 동결하고, 2026학년도 이후 입학 정원의 과학적 산출과 향후 의료 인력 수급을 결정할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 의료계와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자”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의료계가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증원 규모 축소로 명분을 준 만큼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철회하고 후배인 전공의를 설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직 의사를 밝히고 1개월이 지나면 사직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민법 조항에 따라 오는 25일 의대 교수들이 제출한 사직서의 효력이 발생한다. 의대 교수들이 이대로 병원을 떠날 것이 아니라 정부에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전공의를 설득하는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국립대병원이 또 나왔다. 경남 창원·진주에서 2개 병원을 운영하는 경상국립대병원이다. 경상대병원은 다음 달 1일부터 임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는다고 지난 18일 공지했다. 경상국립대병원 안성기 병원장은 지난 18일 병원 임직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이런 상황(경영난)이 연말까지 지속된다고 가정할 경우 하반기 추가 차입이 불가피한데 이는 병원 운영에 있어 심각한 타격”이라고 썼다.

경상대병원에 따르면 병실 가동률이 평소보다 약 21%, 수술 건수가 17% 감소하면서 병원 하루 수익이 12억 원에서 9억 5000만 원으로 20.8% 감소한 상황이다. 이 병원은 지난달 200억 원을 차입한 데 이어 오는 6월에도 100억 원을 추가로 차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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