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이야기] 항노화를 위한 발효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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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주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영양팀장·동남권항노화의학회 식품영양이사

2017년 2월 영국의학저널 란셋에 게재된 논문에서 OECD 35개 가입국의 기대 수명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한국은 여성의 기대 수명이 90세를 넘어서는 첫 국가이며, 남성의 기대 수명 또한 세계 1위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영국 BBC는 “한국 식단에선 발효식품이 발달했는데 발효식품은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면역을 강화하며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그 이유를 꼽았다.

장수의 비결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이 발효식품이다. 일본에서는 최근 젊은 세대에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낫토, 미소, 매실장아찌 등 전통 발효식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양배추를 발효해 만든 독일식 김치 사우어크라우트, 유럽의 치즈와 요구르트, 한국에서도 주목받는 인도네시아의 템페, 중국의 콤부차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는 가장 다양한 발효식품을 보유하고 있다. 2020년 김치 유산균 배양액을 에이즈(HIV) 바이러스 등에 처리했을 때 대부분의 바이러스가 파괴되었다. 또 A형 독감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99.9%의 소독 효과가 확인되었다. 한국과 독일은 코로나19 치명률이 매우 낮았는데, 김치와 사우어크라우트라는 발효식품을 많이 먹는다는 공통점이 알려지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발효식품은 대표적인 미생물 식품이다. 지난 9일 KAIST 최경록 교수와 이상엽 교수 연구팀은 ‘네이처 미생물학’에 ‘지속 가능한 원료로부터의 미생물 식품 생산’이란 논문을 게재했다. 미생물 식품은 미생물을 이용해 생산되는 각종 식품과 식품 원료를 뜻하는데, 미생물의 바이오매스는 육류에 비견될 정도로 많은 양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다. 각종 가축·어패류·농산물 생산과 비교해 가장 적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생산에 필요한 물의 양과 토지 면적도 작기 때문에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고영양 식량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생물의 작용으로 발효 과정을 거치면 음식을 오래 저장할 수 있고, 맛과 향뿐만 아니라 조직감도 좋아진다. 유산균 등의 기능성 물질이 더 많이 만들어져 영양 성분이 강화되고, 영양소 분자가 잘게 분해되어 영양소 흡수율 또한 높인다.

우리나라 전통 발효식품인 김치, 된장, 간장 등에는 단백질과 아미노산, 특히 메티오닌이 함유되어 있어 간의 해독 작용을 돕는다. 한국인에게 부족하기 쉬운 필수아미노산 리신, 필수지방산 리놀레산과 이소플라본이 풍부해 피부질환과 혈관 질환 예방 효과도 있으며, 기억력을 높이는 레시틴도 풍부하게 들어있다. 장 속에서 유익한 발효가 일어나면 장 운동이 활성화되고 면역력이 높아지며, 특히 고초균은 장내 부패세균의 생육을 억제하고, 혈압 상승과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급격한 기후변화, 끝나지 않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최근 불거진 중동발 전쟁 가능성 등으로 식량 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속 가능한 고영양 식량자원이자 건강 효능 또한 뛰어난 발효식품에 주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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