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폭 1위 한국 과일·채소값, 2위 대만의 2.5배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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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류 상승률 월평균 36.9%
일본·독일 등 G7은 10% 안팎
에너지류 상승률도 최상위권
이상기후·유통구조 등 복합적

주요 선진국·대만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과일·채소 가격이 크게 뛰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사과. 연합뉴스 주요 선진국·대만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과일·채소 가격이 크게 뛰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사과. 연합뉴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과일·채소 가격이 올해 들어 가장 크게 뛰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경제 구조가 비슷한 대만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 농산물 수입 등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글로벌 투자은행(IB)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G7(미국·일본·영국·캐나다·독일·프랑스·이탈리아)과 전체 유로 지역, 대만과 한국의 올해 1~3월 월평균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3.0%로 영국(3.5%)·미국(3.3%)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이웃 일본은 2.6%, 대만이 2.3% 수준으로 집계됐다.

소비자물가도 상위권이지만, 특히 최근 국내 체감 물가에 가장 큰 충격을 준 과일과 채소 가격 오름세는 월등한 1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과일류의 상승률은 1~3월 월평균 36.9%로, 2위 대만(14.7%)의 거의 2.5 배에 이르렀다. 이탈리아(11.0%), 일본(9.6%), 독일(7.4%) 등에서도 같은 기간 과일 가격이 많이 뛰었지만 10% 안팎 수준이었다. 채소류 상승률도 한국(10.7%)이 이탈리아(9.3%), 영국(7.3%) 등을 제치고 가장 높았다.

에너지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도 주요국과 비교해 불안한 상황이다. 에너지 관련 항목(전기·가스요금, 연료비 등)을 노무라증권이 가중 평균해 산출한 에너지류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경우, 한국이 1~3월 월평균 1.1%로 프랑스(2.7%)에 이어 2위였다. 특히 2월 국제 유가 상승분이 본격적으로 휘발유·경유 등에 반영되기 시작한 3월(2.9%) 상승률은 10개국 중 가장 높았다.

노무라증권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기본적으로 국제 정세 불안 등에 따른 유가 상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작년 5월 전기 요금 인상의 여파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물가 구조나 흐름으로 미뤄 향후 중동사태나 이상기후 등이 길어질수록 우리나라가 그 어느 나라보다 물가 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LG경영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은 “한국의 과일·채소 물가 급등은 이상 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뿐 아니라 하우스 등 시설재배 비중이 커지면서 에너지 가격과 농산물 가격이 연동되는 경향, 유통 구조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2일 사과 등 농산물 물가 관련 질문에 “중앙은행이 곤혹스러운 점은 사과 등 농산물 가격이 높은 것은 기후변화 등의 영향이라는 것”이라며 “이제 근본적으로 기후변화 등이 심할 때 생산자 보호정책을 계속 수립할 것인지 등을 생각해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답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2월과 3월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 한은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분의 30%가 최근 급등한 농산물 가격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됐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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