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해소 공 넘겨 받은 의료계 ‘눈치 게임’ 돌입
서울 ‘빅5’ 병원 전임의 복귀 등 균열상
부산은 부산대병원 외 전임의 이탈 없어
대학 자율 의대 증원 폭 두고도 갈등 조짐
정부, 교수 집단 사직서 효력 발생 일축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내용의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의정 갈등을 해소할 공이 의료계로 넘어갔다. 정부가 대학이 의대 모집 인원을 자율로 조정할 수 있도록 의정 갈등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한 발 물러선 만큼, 의료계의 응답이 중요해졌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대학에 의대 모집 인원 자율권을 줬지만, 대학은 대학 위상이 걸린 의대 정원을 줄이고 싶어 하지 않아 마지막까지 모집 정원을 두고 치열한 눈치 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전임의 복귀, 균열 생기는 의료계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정부의 의대 모집 인원 자율 조정 발표 이후 각 의대 내에 조금씩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여전히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원점 재논의”를 고수하고 전공의는 복귀하지 않았지만, 서울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 병원에 돌아온 전임의가 생기는 등 의료 현장에 변화가 나타나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00개 대형 병원의 전임의 계약률은 지난 15일 기준 1355명(49.4%)에서 1533명(55.9%)으로 상승했다. 부산은 부산대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병원은 애초 전임의 이탈이 없었다. 부산대병원만 지난 3월 임용이 예정됐던 전임의 27명 중 22명이 현장을 떠났다. 현재 전임의 5명만 환자를 보고 있다.
동아대병원을 떠난 전임의는 없었다. 올해 15명의 전임의 채용을 목표로 했던 이 병원은 목표치를 달성했다. 현재 동아대병원에서 근무하는 전임의는 12명이지만, 다음 달부터 이달 전역하는 군의관·공중보건의 3명이 출근한다. 동아대병원 관계자는 “올 초 채용공고 당시 전역예정자 인원을 반영해 선발했으며 전임의 예정 인원의 15명은 문제없이 의료 현장을 지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제대 부산백병원과 해운대백병원도 전공의는 떠났지만, 전임의는 근무를 하고 있다. 전임의는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병원에서 세부 진료과목 등을 연구하면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다. 흔히 펠로, 임상강사로 불리며 1년 단위 계약직으로 근무한다.
■정부, 교수 사직서 효력 발생 일축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사태가 한 달을 맞아 민법 조항에 따라 오는 25일 사직 효력이 발생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정부는 이 주장을 일축했다.
22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사직서는 수리하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며 “국립대 교수는 국가 공무원, 사립대 교수의 경우에도 국가공무원법을 준용하도록 되어 있어서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인지에 논란이 있지만 25일에 당장 효력을 발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부산대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 오세옥 위원장은 “현재 비대위 차원에서 교수들의 사직서를 취합해 둔 상태”라며 “교수들은 학생들의 대량 유급이 확정될 때나 전공의 사법처리 시 사직서를 행정실에 정식으로 일괄 제출하도록 방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부산대병원 정성운 원장은 “교수들 상당수가 의과대학 비대위에 사직서를 집단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직서 제출 처리 여부는 병원이 아닌 대학본부 측에서 결정해야 할 문제다. 상황이 임계점에 다다르면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학사 일정을 고려하면 사실상 이달 말까지 대학별로 의대 모집 인원을 확정해야 하는데, 증원 규모를 두고 학내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분 중 50~100% 사이에서 대학이 자율적으로 모집 인원을 결정하도록 했다. 부산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대학 입장에서 의대는 대학 위상과 수익이 모두 직결된 문제라 선뜻 모집 인원을 줄이려는 대학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정원 신청 마지막 날까지 치열한 눈치 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