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사들에게 지역의료 공백·환자 고통은 남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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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적 대안 없이 정부안 일방 거부
의료현장 지키고 논의 적극 나서야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의정 갈등이 해소될 조짐이 없다. 의사집단이 요지부동인 탓이다. 사태의 발단인 의대 증원 규모와 관련해 정부는 기존 2000명에서 최대 절반까지 줄일 수 있다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은 “단 한 명도 늘릴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전공의 대거 이탈이 두 달 이상 이어지고 있는 데다 조만간 의대 교수들의 무더기 사직까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환자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는 형편인데도 의사집단의 전향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이익을 관철하려는 의사집단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의대 교수들이 보이는 현재 모습에서 더 깊은 탄식이 나온다. 스승으로서 전공의 복귀를 종용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사직을 강행하겠다며 정부를 으른다. 이로 인해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의료공백 사태는 점점 더 심각해져만 간다. 거기에 더해 몇몇 대학의 의대 교수들은 외래진료와 수술을 부분적으로 중단하는 방안까지 논의한다고 한다. 그와는 별도로, 의협 등은 25일 출범하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에도 불참 의사를 밝혔다. 지역·필수의료 지원 등 광범위한 의료개혁 방안을 다룰 기구인데도 대안은 제시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거부하는 것이다. 모두가 환자는 안중에 두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테다.

의료공백에 따른 환자들의 고통은 이미 한계점에 다다랐다. 한시가 급한 중증 환자들의 불안감이 특히 클 수밖에 없는데, 의료인력 부족으로 예정된 치료와 수술이 돌연 취소되거나 지연되는 경우도 실제로 잇따르고 있다. 지역별로 각 대학병원의 수술률과 병상 가동률이 예년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환자가 치료받을 병원을 찾아 헤매다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도 속출한다. 이런 형편에 의대 교수들까지 무더기로 사직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짐작조자 어렵다. 정부는 사직서 제출 규모가 작아서 현실적인 피해는 적을 것으로 전망하지만 환자들의 불안감을 덜어주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의사집단은 의대 정원과 관련해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한 적이 없다. 대학별 자율 증원도 수용할 수 없다며 논의 자체를 거부한다. 의료개혁특위에도 참여할 의사가 없다. 오로지 정부를 향해 백기투항을 요구할 뿐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협상 조건으로 복지부 차관 경질 등을 운운한다. 사안의 본질에서 한참 벗어난 요구다. 의사집단의 이런 모습은 자신의 이익만 관철하려는 아집과 트집으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나아가 국민의 열망인 의료개혁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든다. 이런 우려와 의심을 불식시키려면 의료현장을 끝까지 지키고 논의에 적극 나서는 것뿐임을 의사집단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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