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우석의 기후 인사이트] 이상기온과 해양 냉각효과의 상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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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지구 에어컨’ 해양 용승 작용
온난화로 냉각효과 감소 우려
전 세계가 주시하며 대비해야

4월 낮 기온이 30도에 이르렀다. 일반적인 4월의 날씨가 아니다. 지난주 사둔 봄 재킷을 입어 보기도 전에 여름이 와 버린 것 같다. 물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최근 빈번해지는 비정상적인 날씨에 온난화라는 단어가 파블로프의 조건화 이론처럼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올 여름, 내년, 내후년의 날씨는 어떻게 될까. 이러한 질문에 답을 찾는 것이 기후 연구의 목표 중 하나이지만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다.

지구의 70%를 덮고 있는 해양은 대기와 비교해 열을 저장하는 능력이 훨씬 우수하다. 인간의 산업활동으로 발생한 열 에너지 대부분을 해양이 흡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 해양은 대기에 남아도는 열 에너지를 받고만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해양은 능동적인 본연의 순환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해양의 순환은 온난화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준다.

1977년 해양생물학계가 들썩였다. 해양 플랑크톤을 비롯한 다양한 생물 종의 시·공간적 분포가 빠르게 변하였고 연어 포획량 또한 급격히 감소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해양관측이 확대되고 자료가 축적되면서 기후학자들은 북태평양 전체가 아주 천천히 진동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어떤 시기에는 동태평양이 따뜻해지고 어떤 시기에는 서태평양이 따뜻해지는 사이클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이러한 진동을 ‘Pacific Decadal Oscillation’(PDO)라고 부르는데 보통 30년에서 70년의 주기성을 가진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확히 예보하기에는 그 주기성이 모호해서 사이클이라기보다는 불규칙적인 흔들림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PDO의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내지 못했지만 기후학자들은 북태평양에 한정되었던 조사를 전체 태평양으로 확장하는 연구를 진행하였고, 이에 대한 결과로 태평양 전체가 느리게 진동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태평양 전체의 느린 진동이 전 세계 해양의 용승 지역과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용승은 심해의 차가운 바닷물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자연적인 현상으로, 지구의 에어컨 역할을 담당한다. 용승이 활발히 일어나면 바다 깊은 곳 차가운 물을 뜨거운 대기와 접촉시키며 온난화로 더워진 대기를 식히는 역할을 한다. 태평양 바다는 이 용승이 강해지는 모드와 약해지는 모드가 불규칙한 주기성을 가지면서 변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기후학계에서는 온난화가 정체되고 심지어 사라지고 있다는 주장이 대두되었다. 가파르게 증가하던 전 세계 기온이 2000년대에 들어서며 더 이상 오르지 않는 기간이 지속되었고 기후온난화에 회의적인 일부 과학자들과 정치가들 사이에선 더 이상 온난화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대기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 양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당시 전 지구 기온이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았던 것은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 사실이다. 20세기 후반에 보인 온도의 가파른 증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의 이러한 변화는 기후학계에 새로운 의문점을 제시하였다.

그러면 20세기와 21세기 초반의 차이는 무엇인가. 해답의 실마리를 태평양의 대표적인 용승 지역인 적도 동태평양과 남극해가 제시한다. 20세기 후반에는 이 지역들에서 용승이 약화된 상태였고 21세기 초반에는 용승이 전반적으로 강화된 상태로 변한 것이었다. 즉, 21세기에 들어오면서 용승에 의한 해양의 냉각효과가 강화되며 그동안 가파르게 상승한 대기의 열을 심해의 차가워진 바닷물로 식히게 되었던 것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태평양 용승 지역의 사이클은 인간이 산업혁명을 이루기 전부터 꾸준히 존재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온을 추정할 수 있는 다양한 데이터에서 태평양 용승 지역의 효과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해양은 지속적으로 이러한 사이클을 만들고 있었고 이를 통해 전 지구 기온을 조율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거대한 사이클에 온난화라는 외부의 요소가 발생하였다는 것이다. 21세기 초반 이산화탄소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태평양 용승 지역의 냉각효과로 우리는 기후의 급격한 변화 없이 안전하게 보낼 수 있었다. 마치 더운 여름철 에어컨으로 온도를 조절하듯 우리들은 자연적 해양 순환의 도움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해양의 자연적 순환은 에어컨과는 달리 인간의 의지로 작동되지 않는다. 언제라도 우려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과거와는 달리 앞으로는 태평양 용승 지역의 냉각효과가 감소할 수 있다. 21세기 초에 느리게 진행되었던 온난화의 패턴과는 반대로 늘어나는 이산화탄소와 냉각효과의 감소로 이상기온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올해 4월의 고온 현상은 그 사례로 볼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촉각을 세우고 지구온난화라는 거대한 기후변화에 맞서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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