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피란민 품었던 부산, 한국 적십자 활동 시작된 곳"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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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 부산적십자 신임 사무처장
한국전쟁 때 부상병 돌보고
청소년적십자 RCY 창립
도움 손길 필요한 곳 달려갈 것
기부·봉사로 나눔 적극 동참을

박선영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 사무처장이 부산진구 전포동 적십자회관에서 적십자 활동을 설명하고 있다. 박선영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 사무처장이 부산진구 전포동 적십자회관에서 적십자 활동을 설명하고 있다.

“나이 지긋한 봉사원이 한국전쟁 때 수영강변에서 피 묻은 군복을 빨았던 이야기를 들려주더라고요. 부산은 한국전쟁 때 부상병을 돌보고 전국에서 밀려든 피란민을 품었던, 대한민국 적십자 운동의 실질적인 시작점입니다.”

이달 초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 사무처장으로 취임한 박선영 처장은 “부산 근무는 처음”이라며 “적십자 운동을 대표하는 부산의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부산은 청소년적십자(RCY) 운동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1953년 한국전쟁으로 황폐해진 국토를 되살리기 위해 청소년들이 부산에서 1만 그루의 나무를 심은 활동이 청소년적십자의 시작이었다.

대학에서 사회사업학을 전공한 박 처장은 1991년 대한적십자사 입사 이후 서울 본사에서 사회봉사와 청소년적십자 업무를 오랫동안 담당했다. 코로나 팬데믹 때는 대구지사에서 사무처장으로 3년간 일했다.

“자연 재난은 많이 겪기도 했고 대비 훈련도 많이 했지만, 코로나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조차 모르는 상황이었죠. 발생 초기에는 감염 공포가 컸는데도 봉사원들이 선뜻 나서줬습니다. 의료진과 소방대원에게 도시락을 가져다주고 환자들에게 기부 물품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어요. 전국에서 보내주는 기부 물품을 정리하는 일도 했습니다. 힘들었던 만큼 보람이 컸어요.”

1905년 창립한 대한적십자사는 모금기관 중 유일하게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자체 감사, 보건복지부 감사, 감사원 감사, 국정감사 등을 통해 검증받고 있어 모금과 집행 과정이 투명하다. 적십자 사업비는 시민이 자율 납부하는 회비와 성금으로 조성된다. 부산에서 매월 적십자에 기부하는 정기 회원은 개인·개인사업자·법인을 포함해 1만 8000여 명이다.

“어려울수록 더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북구에 사는 한 할머니는 수급비로 모은 400만 원을 봉사원을 통해 전달해 오기도 했고요, 어려운 시절에 적십자 이재민 구호소에서 먹은 소고깃국과 봉사원의 위로가 정말 고마웠다면서 3000만 원을 기부하신 분도 있어요.”

적십자는 화재나 수해 등 재난이 일어나면 현장에 제일 먼저 달려가 구호 물품을 지급하고 복구 활동과 이재민을 위한 의식주를 지원한다. 평상시에는 행정기관과 연계해 어려운 이웃을 찾아 돕는다.

“희망풍차 결연사업으로 부산지사는 약 2000가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위기가정 긴급 지원도 진행하고 있고요. 의식주 지원을 넘어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를 운영해 재난 경험자의 심리 치유에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 처장은 적십자의 자산이자 자랑으로 ‘봉사원’을 꼽았다. “힘들 때 따뜻하게 건네는 말 한마디와 손 한 번 잡아주는 게 큰 힘이 되잖아요. 같은 기부금이라도 봉사원의 손길과 마음이 더해지면 효과가 훨씬 커집니다. 적십자만이 가지고 있는 기부 효과지요.”

부산시민에게 바라는 점을 묻자 “기부와 봉사에 적극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나눔은 우리 사회를 건강하고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힘이자 핵심 가치입니다. 부산에서는 1만 명의 봉사원이 오늘도 땀을 흘리고 있지만, 연령층이 높은 게 사실이에요.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하면 적절한 활동 배분이 될 수 있습니다. 적십자 운동의 상징인 부산에서 적십자 활동이 더욱 활발하게 전개될 수 있도록 많은 성원과 관심 부탁 드립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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