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황우여 비대위, 첫 시험대는 당 대표 선출 방식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후보군 잇단 고사에 우여곡절 끝 지명
차기 지도부 선출까지 2개월 ‘임시직’
‘당원 투표 100% 룰’ 논란 조율 책임
비윤 “국민 여론 반영” 친윤 “기존대로”
“무난한 인선” 평가 속 “친윤 포석” 해석

29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 주최로 ‘국민의힘 무엇을 혁신해야 하나’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 주최로 ‘국민의힘 무엇을 혁신해야 하나’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4·10 총선 참패 이후 우여곡절 끝에 ‘황우여 비상대책위원회’로 방향을 잡고 당 정상화에 첫 발을 내딛었다. 당 재정비 과제에다 전당대회 ‘룰 개정’이라는 뇌관까지 떠안은 만큼, 신임 비대위원장이 갈등을 조율하는 정치력을 발휘할 지가 최대 관건으로 꼽힌다.

29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3차 당선인 총회를 열고 신임 비대위원장으로 황우여 당 상임고문을 지명했다. 22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사퇴한 지 18일 만이다. 황 상임고문은 오는 6월 열릴 전당대회까지 약 두 달간 ‘관리형 비대위’를 이끌며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경선 규칙을 정하게 된다.

국민의힘은 당초 조기 전당대회를 위해 4선 이상 현역 중진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려 했지만, 2개월 임시직에 전대 룰 개정 과제가 겹쳐 후보군이 고사하면서 불발됐다. 사실상 당을 떠났던 황 상임고문이 지명된 것은 당 차원의 차선책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여러 중진들에게 제안하기도 했지만, 황 상임고문을 일찍이 비대위원장 후보군에 포함하고 접촉을 해 왔다”고 설명했다.

황 상임고문은 5선 의원 출신으로, 15대 국회에서 전국구(현 비례대표)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했고 16대 국회부터 인천 연수구에서 네 번 당선됐다. 인천 강화도 출신으로 제물포고를 졸업한 그는 서울대 법대를 거친 판사 출신이다. 당에서는 여의도연구원장, 비대위원 등을 역임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윤 권한대행은 이날 황 상임고문 지명에 대해 “덕망과 인품을 갖춘 분이다. 공정하게 전당대회를 관리할 수 있는 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3가지 기준을 갖고 비대위원장 후보를 물색했다”며 “첫 번째는 공정하게 전대를 관리할 수 있는 분, 두 번째는 당과 정치를 잘 아시는 분, 세 번째는 당의 대표로서 덕망과 신망을 얻을 수 있는 분”이라고 밝혔다.

황 상임고문은 취임 즉시 당 정상화 역할 외에도 당대표 선출 방식을 조율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오는 6월 말에서 7월 초쯤 전당대회를 열고 정식 당 대표를 선출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선 전대 룰 개정이 최대 관건이다. 당은 현 정부 출범 전까지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에 ‘당원 투표 70%·국민 여론조사 30%’ 룰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 시절 친윤(친윤석열)계 주도로 룰은 ‘당원투표 100%’로 변경됐다.

4·10 총선이 참패로 끝난 이후 비윤계 등 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국민 여론조사 반영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당원 투표 50%·국민 여론조사 50%’ 룰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를 두고 친윤계 등 당 주류 세력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비대위 구성에도 친윤·비윤 진입 등을 두고 이견이 불거지고 있다.

당내에선 황 상임고문 지명에 대해 “무난한 인선”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일각에선 관리형 비대위가 전대 룰 유지 등 친윤계의 그림대로 가려는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황 상임고문은 이날 “그전에도 우리가 몇 번 (전대)룰에 손을 댄 적이 있었는데 그때 굉장히 예민했다”며 “기존 룰을 전제로 하되 수정·보완할 게 있으면 널리 의견을 듣고 나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내달 3일 원내대표 선출을 앞두고 원내대표 후보군은 점차 좁혀지는 모양새다. 유력한 차기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돼 온 김도읍 의원이 전날 불출마를 선언한 데다 후보 등록일을 나흘 남긴 이날까지 아무도 원내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하지 않았다.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의 출마설이 꾸준히 거론되면서 그의 출마가 조만간 공식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윤 권한대행과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오찬회동을 가졌으나 5월 임시국회 본회의 일정을 합의하지 못했다. 영수회담 결과에 따라 추후 양측 간 논의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