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트리문화축제 빛 뒤엔 ‘근로자 인건비·창고 보관료 횡령’ 그늘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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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리베이트 비리 폭로 수사
4년간 2800만 원 횡령 등 적발
1심에서 징역 6개월 집유 등 선고

‘부산크리스마스 트리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실무자들이 인건비를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선고받았다. 2021년 1월 4일 부산 중구 남포동 일대에서 열린 트리축제에서 시민들이 조형물 등을 구경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부산크리스마스 트리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실무자들이 인건비를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선고받았다. 2021년 1월 4일 부산 중구 남포동 일대에서 열린 트리축제에서 시민들이 조형물 등을 구경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부산크리스마스 트리문화축제’(트리축제) 조직위원회 실무자들이 수년간 인건비를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선고받았다. 트리축제는 한때 아시아 대표 축제로 꼽혔지만 이번 비리로 시비가 전액 삭감되고 축제 명칭도 바꿔야 했다.

부산지법 형사 17단독 목명균 판사는 1일 업무상 횡령, 지방재정법 위반,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트리축제 조직위 총괄기획팀장 A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트리축제 시설 설치업체 대표 B 씨는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트리축제 조직위 행정국장 C 씨에게는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A 씨는 2018~2020년 트리축제 조직위 총괄기획팀장으로 전반적인 실무를 담당했다. A 씨는 트리축제 조형물 설치와 관리 업무 계약을 맺은 B 씨 등과 함께 인건비를 부풀려 차액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운영비를 횡령하기로 마음먹었다. A 씨는 2018년 트리축제 때 한 일용직 근로자 인건비가 90만 원이었지만 200만 원을 지급한 뒤 같은 날 차액인 110만 원을 개인 계좌로 돌려받는 방식으로 약 2년간 7회에 걸쳐 운영비 624만 원을 횡령했다.

A 씨는 B 씨와 함께 부동산 임대차 계약서를 위조해 창고를 사용하는 것처럼 꾸며 보관료도 가로챘다. 이들은 창고 보관료 명목으로 3회에 걸쳐 1900만 원을 주고받았다. 2018년 11월부터 약 2년간 이들이 이런 수법을 통해 횡령한 트리축제 운영비는 약 2800만 원이다.

목 판사는 “피고인들은 계획적인 범행 수법, 횟수, 피해 금액 등에 비추어 죄책이 무거워 상응한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들의 범행은 2021년 지역 기독교계가 수사 기관에 고발장을 접수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은 불법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해 입건하고 검찰이 기소하면서 결국 유죄 선고가 났다.

트리축제는 2009년 광복로 상인들과 부산기독교총연합회, 중구청 등이 힘을 모아 중구 남포동 일대에서 처음 시작했다. 예산은 시비 3억 5000만 원, 구비 1억 5000만 원, 부산기독교총연합 보조금 7000만 원 등 약 5억 7000만 원으로 운영됐다. 트리축제는 부산의 대표적인 겨울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2014년에는 세계축제협회가 선정하는 ‘TV 프로모션 부문 최우수 축제’에 뽑혔고 아시아도시연구소가 선정한 ‘아시아 도시경관상’도 수상했다. 일부 실무자 비리로 10년이 넘은 지역 대표 축제도 위기에 처했다. 시비 지원이 사라졌고 2022년부터 중구청이 사업을 주관하게 됐다. 명칭도 ‘광복로 겨울 빛축제’로 바뀌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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