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가자 휴전 협정… 이스라엘 “곧 라파에 군사 작전”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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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종전 요구 거절하자
하마스, 5일 이스라엘 검문소 공격
이스라엘도 가자 보건당국 보복 공습
라파 피란 140만 명에 대피 명령

지난달 30일 가자지구 남측 라파에서 이슬람 모스크가 석양에 비친 가운데 도시 주변으로 공습을 피해 도망온 140만 명의 피란민 텐트가 늘어서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30일 가자지구 남측 라파에서 이슬람 모스크가 석양에 비친 가운데 도시 주변으로 공습을 피해 도망온 140만 명의 피란민 텐트가 늘어서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흔들리면서 또다시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최후 보루로 여겨지는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를 향한 군사작전에 앞서 민간인 대피 작업에 돌입했다.

양측은 최근 휴전 협상을 재개해 휴전 기간과 인질·수감자 석방 등 상당수 조건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한때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하마스가 거듭 종전을 요구하고 이스라엘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현재로서는 휴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향해 10여 발의 로켓을 쏘고, 이에 보복 공습을 가한 이스라엘이 조만간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서 군사작전을 감행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협상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A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성명을 통해 협상 대표단이 이집트 카이로에서 회의에 마치고 지도부와 이견 조율을 위해 카타르 도하로 간다고 밝혔다. 이집트 관영 알카히라 뉴스는 도하로 간 협상단이 7일 돌아와 협상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마스 협상단은 어떤 휴전 합의든 종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고 팔레스타인 당국자들은 전했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인질 석방의 대가로 전투를 잠시 멈출 수는 있다”면서도 “어떤 경우라도 우리는 군사작전 종료와 가자지구 철군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거듭 밝혔다. 한 당국자는 로이터에 협상이 거의 결렬에 가까운 상태라고 전했다.

이러한 가운데 5일 가자지구 북부 분리 장벽 인근에 있는 이스라엘 측 케렘 샬롬 검문소로 14발의 로켓포탄이 떨어져 이스라엘군 3명이 숨지고 12명이 부상했다고 이스라엘군이 밝혔다. 앞서 하마스의 군사 조직인 알카삼 여단은 자신들이 검문소 인근 이스라엘군 기지를 겨냥해 로켓을 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로켓 발사 원점인 라파 인근의 살람 지역에 대한 보복 공습을 가했다. 로이터, AFP 통신은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당국 등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라파에 공습을 가해 최소 19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하마스의 검문소 공격 직후 “하마스가 우리와 합의를 할 생각이 없다는 우려스러운 신호를 목격하고 있다”면서 “이는 강력한 군사작전이 라파와 가자지구 나머지 지역에서 머지않아 시작될 것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이스라엘군은 라파에서 민간인 대피 작업을 시작했다. 이는 협상이 종전 이슈를 둘러싸고 진전을 보지 못하는 가운데, 민간인 대피는 라파 공격을 실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가자지구에서 활동 중인 구호 단체들은 이스라엘군의 민간인 대피 개시 관련 정보를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라파에는 140만 명가량의 피란민이 머물고 있다.

현재까지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라파에서 본격적인 지상전이 시작될 경우 대규모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며 이스라엘군의 라파 공격을 만류해 왔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하마스 소탕, 인질 구출, 가자 지구발 안보 위협 해소 등 전쟁 목표 달성을 위해 라파 공격이 불가피하다며, 민간인을 대피시킨 뒤 작전에 나서겠다고 공언해 왔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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