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에 귀한 에린기움까지…태화강국가정원서 식물 도난 빈발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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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국가정원 내 식물 도난 현장. 울산시 제공 태화강국가정원 내 식물 도난 현장. 울산시 제공
태화강국가정원에서 죽순 여러 개가 잘려 나간 상태로 발견됐다. 울산시 제공 태화강국가정원에서 죽순 여러 개가 잘려 나간 상태로 발견됐다. 울산시 제공

울산 태화강국가정원에서 해마다 식물 도난이 잇따라 울산시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8일 울산시에 따르면 최근 태화강국가정원 내 자연주의정원에서 약 일주일 전부터 거의 매일 수십 포기 튤립이 꺾인 채 발견되고 있다. 이달 1일에는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식물인 에린기움 6포기가 뿌리째 없어졌다. 자연주의정원은 네덜란드 출신 세계적인 정원디자이너 피트 아우돌프가 아시아지역에 처음으로 선보인 작품이다. 또 십리대숲 맹종죽 군락지에서는 지난 2일 한창 자라고 있던 죽순이 15개나 잘려 나갔다.

태화강국가정원 내 도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봄에는 시민 2명이 30cm 죽순 3개를 무단 채취하다 주변을 지나던 행인의 신고로 적발됐고, 2021년 9월에는 정원박람회를 위해 설치해놓은 작품 중 일부 시설물이 사라지기도 했다. 국화를 포함한 각종 초화부터 무궁화와 향나무 등 큰 나무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도난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시는 인적 드문 새벽 시간을 틈타 누군가 식물을 가져가거나 훼손한 것으로 추정한다.

태화강국가정원은 강변을 따라 사방이 뚫린 개방형으로 조성돼 있어 관리가 쉽지 않다. 시는 CCTV를 확충하고 안내판을 설치하는 등 피해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국가정원 내 식물을 채취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는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과 형법 등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시 관계자는 “몇몇 몰지각한 사람의 행위로 울산시민이 조성한 국가정원의 이미지가 나빠지는 점이 우려된다”면서 “대부분 시민이 품격 있는 시민의식으로 국가정원을 잘 가꾸고 지켜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태화강국가정원은 도심 하천 둔치에 자연적으로 조성된 수변 생태 공원으로 전남 순천만에 이어 2019년 우리나라 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축구장 117배 크기인 약 84ha 면적에 생태, 대나무, 계절, 수생, 참여, 무궁화 등 6개 주제, 20개 테마정원으로 꾸며져 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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