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커머스에 밀린 쿠팡… 허리띠 졸라 매출 짜낸 백화점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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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1분기 실적 희비
쿠팡 영업이익 61% 감소
롯데·신세계 등 유통 강자
부실사업 정리 비용절감

서울 시내 한 주차장에 쿠팡 배달 트럭들이 모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주차장에 쿠팡 배달 트럭들이 모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계속되는 고물가와 얼어붙은 소비 심리에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유통가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대표주자 쿠팡은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차이나커머스(C커머스)의 초저가 공세에 1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고,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유통채널은 허리띠를 졸라매 개선을 예상한다. 반면 외식물가 고공행진에 구내식당을 찾는 행렬이 늘어나면서 대기업과 대형병원 등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급식업계는 호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우선 쿠팡은 8일 발표한 실적에서 2022년 말부터 7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한 쿠팡은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입점수수료 무료와 초저가 판매 등 C커머스의 화력을 절감했다. 이날 쿠팡은 1분기 영업이익이 4000만 달러(약 531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1%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 여파로 당기순손익도 2400만 달러(약 319억 원) 적자로 전환했다.

쿠팡은 상품·물류 투자 비용이 반영되면서 1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쿠팡은 지난 10년간 물류센터 구축 등 6조 원을 투입한 '계획된 적자'를 마치고 본격적인 수익창출을 기대했다. 그러나 C커머스의 급성장으로 경쟁이 과열되면서 경영 전략을 다시 투자확대로 전환한 것이다.

이날 쿠팡 김범석 의장은 컨퍼런스콜에서 "새로운 중국 커머스 업체의 한국 시장 진출은 업계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과 소비자들이 클릭 한 번으로 빠르게 다른 쇼핑 옵션으로 갈아탈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고 강조했다.

반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 강자는 혹독한 구조조정으로 1분기 실적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시장에는 부실사업 정리와 희망퇴직 등 비용절감 효과로 매출액은 종전과 비슷하지만 영업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

신세계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 2조 8187억 원과 영업이익 1630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5.4%, 7.0% 성장했다. 1분기 롯데쇼핑의 실적 전망치는 매출액 3조 6542억 원, 영업이익 1239억 원으로, 매출은 3.5% 가량 느는데 그치지만 영업익은 10% 수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유통 공룡의 실적개선은 점포 확대는 출혈경쟁 보다 수익성 개선 위주의 경영 전략으로 전환한 결과다. 돈이 안되는 사업과 서비스는 과감히 버리는 것이다.

현대백화점 부산점은 7월 영업종료 후 새단장을 거쳐 9월 '커넥트 현대 부산'으로 재개장하고, 롯데백화점 마산점도 올 상반기 이후 문을 닫을 예정이다. 또 롯데쇼핑은 이달부터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의 바로배송 서비스를 폐지했고, 롯데마트는 지난해 말 희망퇴직을 받았다. 이마트 역시 창립 31년 만에 전사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반려동물용품·서비스 전문 매장과 골프전문 매장을 개편하고 있다.

한편 급식업계는 급식업계는 고물가로 얼어붙은 소비 심리의 반사이익을 얻은 분야다. 신세계푸드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전년 동기비 9.3% 늘어난 3818억 원을, 삼성웰스토리는 1분기 영업이익이 같은 기간 10.3% 증가한 320억 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급식 수요는 전체적으로 늘었지만, 원재료 가격이 증가하면서 업체들의 단가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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