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국 공조’는 일단 격상… 북중러 밀착은 숙제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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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취임 2주년] 외교·안보 성과는

한미 동맹 토대로 국제연대 강화
한반도 주변 긴장감 고조 이어져
북 변화 이끌 해법 구사도 아쉬워
연말 미 대선 결과 또 다른 시험대


출범 2주년을 맞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기조는 한미일 공조를 통한 ‘가치 외교’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일본과는 어느 때보다 견고하게 결속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북중러가 반대 방향으로 밀착해 양대 진영의 긴장도가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7월 출범한 핵협의그룹(NCG)을 가치 외교의 최대 성과로 손꼽는다. NCG는 한미 간 상설 확장억제 협의체로, 미국이 다른 나라와 핵 문제를 다루기 위한 양자 간 협의체를 구성한 것은 사실상 NCG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한일 정상은 수시로 교류하며 정상 간 셔틀 외교를 복원했고, 한미일은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위기 시 서로 협의하도록 약속하는 ‘3자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을 채택했다.

지난해 7월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격 방문은 가치 외교의 상징적 장면이었다. 폴란드를 방문 중이던 윤 대통령은 소수의 수행원만 대동하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했다. 신변의 위험을 무릅쓴 우크라이나 방문으로 윤 대통령은 전시 국가를 공식 방문한 우리나라 최초의 대통령으로 기록됐고,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우선하고 규범에 입각한 국제질서를 중시하는 기조를 알렸다.

다만 오는 11월 실시되는 미국 대선 결과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그의 ‘실용 외교’ 기조와 윤석열 정부가 ‘가치 외교’가 상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치 구도가 선명해지는 가운데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은 윤석열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국제사회에서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간 신냉전 기류가 짙어지면서 중러와 껄끄러운 관계가 지속되는 양상이다.

특히, 중국은 한국이 중국 견제에 방점이 찍힌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발을 들이려는 모습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중국 외교부는 남중국해 문제에 우려를 표한 한국 외교부를 겨냥해 “한국은 이번 문제의 당사국이 아니다. 최근 한국의 처사는 남해의 평화·안정 수호에 이롭지 않고, 중한 관계 발전에는 더욱 이롭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 지난 3월 한국이 주최한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만의 장관급 인사가 비대면으로 참석한 데 대해 중국 외교부는 “한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고, 대만 독립 세력에 무대를 만들어 주는 일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냉랭한 한중 관계를 개선할 기회로 이르면 이달 말 서울에서 열릴 것으로 보이는 한중일 정상회의가 주목된다. 외교부는 지난 4일 한중일이 이달 26∼27일 서울에서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최종 조율 중이며 조만간 날짜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러 관계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할 무기와 탄약을 구하기 위해 북한과 밀착하면서 크게 악화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 대러 관계는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면서도 언제든 대화의 가능성은 열어둔다는 원칙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북한은 한국의 대화 요구에 전혀 응하지 않고 핵·미사일 고도화에 나섰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국을 ‘가장 위해로운 제1의 적대 국가,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했다.

기습 발사가 용이한 고체연료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과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잠수함 발사 순항미사일(SLBM) 등을 발사하며 도발을 이어 갔다. 북한은 9·19 남북군사합의의 전면 파기를 선언하고 남북이 파괴하기로 한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를 콘크리트 초소로 복원하는가 하면, 서북 도서 지역 해안포의 포문을 개방하는 등 의도적으로 긴장 수위를 높여 갔다.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만반의 태세를 갖추더라도 북한의 변화를 끌어낼 다양한 외교적 해법이나 다자적 압박을 동시에 구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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