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구장 확 바꿔줄게” 부산시, KCC에 화끈한 우승 보너스
31억 들여 사직실내체육관 개선
당초 11억 들여 바닥만 교체 계획
우승 계기로 전광판·가변 좌석도
경기장 내 매점 설치도 적극 지원
농구팬 박 시장 현장 찾아 지시
우승 기념 연회 열고 선수단 챙겨
부산으로 연고지를 이전한 첫해에 시민들에게 ‘깜짝 우승컵’을 선물하며 ‘스포츠 천국도시 부산 시대’를 열어젖힌 프로농구(KBL) 부산 KCC가 부산시로부터 ‘통 큰 보너스’를 받는다. 시가 KCC 이지스 농구단의 요청을 적극 수용해 낡은 사직농구장 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에 나선 것이다.
부산시는 시비 31억 원을 들여 KCC 홈구장인 사직실내체육관에 대한 대대적인 시설 개선 사업에 착수한다고 16일 밝혔다. 당초 시는 내년 전국체전 개최를 앞두고 11억 원을 들여 낡은 경기장 바닥을 새로 교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부산 KCC의 우승을 계기로, 선수들 경기력 향상과 시민들 관람 환경 개선을 위해 추가 사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우선 15억 원을 투입해 경기장 규모에 비해 작은 전광판을 최신형으로 교체한다. 기존 전광판 2개를 철거하고, 4배 이상 큰 대형 전광판을 설치해 선수들 경기 장면과 진행 상황 등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시는 예산 여유가 있을 경우 스코어보드(점수판)도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더해 5억 원의 예산을 마련해 오래된 가변 좌석도 새롭게 교체한다. 직물 시트로 위생 문제 등이 제기돼 온 기존 가변석 1104개를 모두 교체해 쾌적한 관람 환경을 조성한다.
또 경기장에 매점이 설치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사직체육관은 지난 챔피언결정 3·4차전에서 KCC의 반전 드라마에 열광한 농구팬과 시민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12년 만에 1만 명이 넘는 관중이 찾는 등 KCC 홈경기가 있는 날마다 대성황을 이뤘지만, 식음료 등을 구할 매점이 없다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평소 농구 열혈 팬으로 알려진 박형준 부산시장이 이번 시설 개선을 직접 챙겨 눈길을 끈다. 박 시장은 지난 9일 오후 사직체육관을 방문해 KCC 구단 관계자와 경기장 곳곳을 둘러봤다. 이 자리에서 ‘1만 명 관중 시대’에 걸맞은 경기장 필요성을 인식한 박 시장은 시민들과 농구단의 요청사항을 적극 수용해 시설 개선에 착수할 것을 지시했다.
시는 또 부산 연고 프로구단으로는 27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시민들에게 기쁨과 자긍심을 선사한 KCC 농구단을 위해 별도의 ‘잔칫상’도 마련했다. 시는 지난 15일 롯데호텔부산에서 박 시장과 KCC 선수·지도자 등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우승 기념 연회(리셉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KCC 이지스 최형길 단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또 플레이오프 MVP 허웅, 주장 정창영 선수와 KCC 유니폼을 입은 부기(부산시 마스코트) 인형, 선수단 친필 사인을 담은 티셔츠 등을 주고받으며 우승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선수들도 부산시의 기대 이상의 환대에 감격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시장이 수차례나 직접 경기장을 찾고, 함께 식사를 하는 등 이전 전주 시절과는 확연히 다른 대접에 놀랐다는 것이다. 전창진 감독은 “이번 시즌 내내 부산시민들의 응원과 뜨거운 열기를 생생하게 느꼈다”며 “다음 시즌에도 반드시 좋은 성적으로 시민들에게 보답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연회에서는 KCC 팬들로부터 ‘승리 요정’이라는 별명을 얻은 박 시장의 ‘우승 축하 댄스 세리머니’도 화제가 됐다. 기쁨에 겨워 환한 표정으로 ‘막춤’을 추는 댄스 동영상이 게시된 박 시장의 인스타그램 릴스는 현재까지15만 4000번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222개의 댓글과 1746개의 ‘좋아요’가 달렸다.
박 시장은 “부산 연고 KCC 이지스 농구단이 연고지 이전 첫해에 우승하며, 부산 시민에게 자긍심을 안겨주고 지역 스포츠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며 “다음 시즌 개막전엔 새롭게 단장한 홈경기장에서 더 높이 나는 선수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