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혼란이 제공하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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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미 부산컨테이너터미널 영업본부장

글로벌 해운동맹 '제미니 협력' 내년 출범
부산항, 허브항 제외돼 물량 변화 가능성
하역료 인하 무한 경쟁 초래 구조 피해야
‘자가 터미널’로 화물 확보·성장 모색을

지난 3월 3일 자 이 지면에서 ‘해운 춘추전국시대 개막’이라는 제목으로 현재 1위 선사 동맹(얼라이언스·Alliance) 해체로 얼라이언스 3강 구도가 재편되면 세계 2위의 환적 물량 처리를 자랑하는 부산항에 새로운 파트너십의 기회와 물량 유실의 위험이 병존함을 다루었다.

새로운 얼라이언스인 ‘제미니 협력’(Gemini Cooperation)은 내년 초 출범을 확정지은 상태다. ‘제미니 협력’의 주요 허브항에 부산항은 포함되었다 빠졌다를 두고 논란이 무성하다. 업계에서는 포함 여부와 무관하게 부산항의 전체 처리 물량에 영향이 있다거나, 큰 영향이 없다는 등의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내년에 부산항 수요에 주요한 변화가 예고된 가운데 3월 중순 신항 서측 7부두가 개장하고 4월 5일 대규모 개장식 행사가 열리면서 부산항의 추가 선석 공급을 알렸다. 부산항의 총 9개 터미널 운영사(신항 7개 및 북항 2개사) 중 2022년 개장한 신항 남측 6부두의 5월 이용률(부두 설계 처리 능력 대비 월 처리 물량)은 50% 미만이다. 올해 3월 개장한 7부두의 이용률은 더 낮은 수준이다. 산정한 이용률은 인근 터미널의 선석 또는 야드의 일시 정체로 전배(Overflow)하여 처리한 물량을 포함한 수치다.

부산항이 2006년 신항 개항 이후 글로벌 선사 얼라이언스의 대규모 개편에도 흔들림 없이 지속적인 환적 물량 증가를 기록해 온 배경에는 올해와 같이 물량 확보 이전에도 선제적인 추가 부두 시설 공급으로 선사들에 상당 기간 경쟁력 있는 하역 비용 유지 가능성을 증명해 온 부분도 있을 것이다.

다만, 선사에 경쟁력 있는 하역 비용은 터미널 운영사에게는 낮은 하역비이기 때문에 개장 후 상당 기간 수익 창출의 어려움을 야기한다. 터미널 수익 창출의 관건은 높은 초기 투자비와 고정비를 감안할 때 개장 후 얼마나 조기에 고정 대형 물량을 확보해 손익 분기점을 달성함으로써 장기간 유지하느냐 여부다.

이런 측면에서 가장 유리한 구조 중 하나는 자체 물량이 확보된 글로벌 선사의 직접 투자나 산하 터미널 투자·운영 전문사의 자가 터미널(Asset Terminal) 투자이다. 터미널 개장 초기 대형 자가 물량으로 높은 고정비를 충당하고 제3의 추가 선사를 유치하여 변동비를 관리, 조기 수익 창출에 성공하면 투자 선사나 터미널이 모두 상생하는 구조인 것이다.

현재 부산항에는 스위스 MSC, 우리나라 HMM, 프랑스 CMACGM이 각각 신항 1부두, 4부두, 5부두를 자가 터미널로 운영 중으로 이들 터미널은 물량 확보의 우려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반면 다른 선사들은 대형 자가 물량이 있음에도 자가 터미널 대신 상업 터미널 이용을 선택한다. 부산항에서는 여러 터미널을 경쟁시켜 최적의 조건, 즉 낮은 하역료와 높은 생산성으로 터미널을 이용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부산항은 향후 지속적인 신규 시설 공급이 예정되고, 개장 초기 터미널들은 주주사에 ‘영업 가능성’을 증명하고 대주단(대출 은행)에 약정 이자와 수익을 지급하기 위해 낮은 하역료로 물량을 선확보할 것이기 때문에 자가 터미널 확보 필요성을 낮게 평가하는 것이다.

다만, 상당 수준 물량을 확보하고 손익 분기점을 눈앞에 둔 터미널에 지분을 투자해 손익 분기점 달성 후 수익을 확보한다면 혼란기에 낮은 비용을 투자해 안정기에 높은 수익을 확보하는 성공 투자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이는 모두가 주거에 민감한 대한민국에서 주거지의 ‘자가’와 ‘전세’에 대한 논쟁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명한 방안 중 하나는 우선 최초 투자로 자가 주거지를 확보하여 생활의 안정을 실현하고 이후 생활의 개선이나 추가 수익 실현을 위해 추가 투자 여부를 검토하는 것일 테다.

중국을 포함한 대체 환적항의 성장에도 현재와 향후 상당 기간 동안 부산항을 주요 허브항으로 이용할 보다 많은 선사들이 부산항에 자가 터미널을 투자하고 부산항은 확보 물량을 기반으로 추가 성장을 도모하는 상생 구조를 구축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글로벌 선사들이 자가 터미널에 투자할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요 대비 너무 이른 추가 시설 공급으로 터미널끼리 무한 경쟁을 초래해 하역료 인하를 야기하고 장기간 회복이 불가능해지는 악순환은 개선돼야 한다. 정부 당국과 유관 기관의 보다 치밀한 고민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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