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브레인브리지
흑인 크리스. 백인 여자친구 로즈의 집을 방문한다. 유달리 환대하는 로즈의 부모와 형제들. 크리스는 감격하지만, 로즈 가족의 지인 대부분이 흑인이라는 사실에 강한 의문을 품는다. 진실을 좇던 크리스는 로즈의 가족들이 흑인들을 유인·납치해 그 뇌를 제거한 뒤 백인들의 뇌를 이식해 온 사실을 알고는 경악한다. 흑인의 우월한 신체 능력을 탐낸 백인들이 그 몸을 빼앗아 살고 있었던 것이다. 2017년 개봉한 미국 영화 ‘겟 아웃’ 이야기다.
영화에서 전해졌던 그 섬찟함을 다시 떠올리게 됐다. 브레인브리지(BrainBridge)라는 미국 기업이 SNS에 공개해 최근 화제가 된, 몹시도 자극적인 영상 때문이다. 로봇이 두 사람의 목을 잘라 한 명의 머리를 다른 사람의 몸에 통째로 이식하는 장면을 보여 준다. 브레인브리지(‘뇌 이식 시스템’이라는 뜻이겠다) 측은 “실제 장면이 아닌 그래픽 시뮬레이션”이라며 “질병을 가진 사람의 머리를 뇌사자 몸에 이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이 신경과 근육을 정확히 연결하기 때문에 의식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이라지만, 사실 뇌(머리) 이식은 꽤 오래전부터 현실에서 시도된 바다. 20세기 초에 이미 개나 원숭이의 머리를 맞바꾸는 실험이 있었고, 2010년대 들어서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계획이 발표되기도 했다. 이른바 ‘아바타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러시아의 한 사업가가 2012년 발표한 이 계획은 생명 연장에 한계가 있는 육체를 버리고 기계(로봇)에 뇌를 이식하는 것으로, 2045년 완성을 목표로 했다. 최근에는 뇌에 담긴 의식을 정보화해 컴퓨터와 온라인에서 인격체로 구현하려는 시도까지 보인다. 이 경우 병들거나 다칠 육체는 없으나 보통 사람처럼 기억과 감정을 갖는다고 한다.
남의 몸으로 갈아타든, 기계로 들어가든, 의식 그 자체로만 존재하든, 결국은 불로불사를 욕망하는 것일 테다. 인간의 욕망은 끈질기고 강렬한 것이라, 어쩌면 인간은 불로불사를 정말로 손에 쥐게 될지도 모른다. 상상해 본다. 사랑하는 사람이 의식은 예전 그대로다. 나를 완벽히 기억한다. 그러나 어제의 몸이 아니다. 몸이란 게 없을 수도 있다. 그래도 그는 계속 ‘그’인가. 그를 계속 사랑할 수 있는가. 그래도 괜찮은 건가. 필멸의 인간이 불멸을 욕망하는 데서 오는 이 모순을 무엇으로 감당해야 할까.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