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 부산 스타트업] "탄내없고 고소한 커피, 뜨거운 열정 더해 만듭니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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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티지컴퍼니 박태권 대표

부산 최초 에스프레소 머신 제작
차가운 물·압력만으로 커피 추출
깡통시장서 커피 팔던 경험 살려
블루투스 머신 등 혁신 기업 성장

보일러 없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개발한 부산의 피티지컴퍼니. 박태권 대표는 보일러 없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개발한 부산의 피티지컴퍼니. 박태권 대표는 "열을 사용하지 않아 전력 소비량이 적고, 친환경적인 머신"이라고 말했다.

‘커피도시’라는 별명답게 부산에는 커피와 관련된 기업이 많다. 직접 원두를 선별하고, 로스팅해 만든 스페셜티 커피로 전국에 명성을 떨치는 ‘명품 커피’ 업체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부산의 커피 산업에도 취약한 부분은 있다. 바로 ‘에스프레소 머신’ 제작이다. 사실 부산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명품 머신’이라고 불리는 기계들은 죄다 이탈리아나 스위스, 독일 등 유럽산 제품이다. 장벽 높은 이 시장에 거침없이 도전장을 내민 부산 기업이 있다. 부산 최초의 에스프레소 머신 개발업체 ‘피티지컴퍼니’다.


■보일러 없는 커피머신

피티지컴퍼니가 만든 에스프레소 머신도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은 다른 머신과 같다. 다른 점은 피티지컴퍼니의 머신은 뜨거운 물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차가운 물과 압력만으로도 커피를 추출한다. 물을 데우는 보일러를 머신에서 빼, 적은 전력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그 덕에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하기 위한 전기증설 과정도 사라져 카페 창업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 피티지컴퍼니의 에스프레소 머신은 부산 강서구 녹산공단 녹산협업화사업장에서 만들어진다. 그덕에 A/S 과정도 빠르고 간편하다. 피티지컴퍼니 박태권(36) 대표는 “커피머신 제작과 기술 개발 모두 부산에서 이뤄졌다. 기존 업소용 커피머신은 예열과정에만 30분 이상이 걸리고 5kw(킬로와트) 이상의 전력을 사용한다”며 “반면에 피티지컴퍼니의 머신은 300~500w(와트) 정도면 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커피머신을 사용했을 때보다 전기료가 10분의 1로 줄어드는 친환경 머신인 셈”이라고 말했다.

미지근한 물로 추출한 커피 맛은 어떨까. 피티지컴퍼니는 ‘잡맛이 적고 더 고소하다’고 주장한다. 박 대표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한 적이있는데, 기존 머신으로 추출한 커피보다 쓴맛이 더 적고 부드럽고 향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과거엔 물을 끓여 증기를 사용해 커피를 내리는게 가장 가성비 좋은 방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압력만을 이용해 원두의 본연의 맛을 100% 끄집어 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뜨거운 물을 이용해 추출했을때 나는 탄맛이 없는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미지근함 속의 열정

‘커피는 뜨겁다’라는 편견을 부순 피티지컴퍼니의 에스프레소 머신. 어느날 갑자기 탄생한게 아니다.

박 대표는 20대 초반 부산 깡통시장에서 커피를 팔았다. 변변한 공간도 없이, 길 위에서 춤을 추며 핸드드립 커피를 내렸다. 열정과 패기 하나로 시장에서 살아 남았다. 우연찮게 ‘깡통시장 바리스타’로 유명해져 방송을 타기도 했다.‘깡통시장 바리스타’라는 간판을 내건 카페는 곧 깡통시장의 명물이 됐다.

하지만 그때부터 에스프레소 머신과 전쟁이 시작됐다. 생각보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고장이 잦았다. 부품이 파손되면 해외에서 배송이 올때까지 며칠을 쉬어야 했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 버거운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손해가 컸다.

박 대표는 “에스프레소 머신이 가진 여러가지 문제들을 직접 몸으로 느끼면서, 뜨거운 물을 사용하지 않는 머신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며 “인재들과 함께 기술 개발에만 6~7년을 쏟아부었고, 2021년 본격적으로 피티지컴퍼니를 설립해 머신 개발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커피 머신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보일러 부품을 걷어내니 제작이 간편해졌고 기존 머신보다 40%정도 저렴하다”고 덧붙였다.

■"커피머신 다양성, 존중받을 수 있길”

커피에 있어서 클래식은 있지만 정답은 없다. 피티지컴퍼니의 발칙한 도전은 계속된다. 커피머신에 보일러를 없앤 대신, 블루투스를 활용해 스마트폰과 커피 머신을 연동시켰다. 쓴맛, 단맛 등 버튼만 누르면 맞춤형 커피가 추출된다.

추후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고 공유하며, 유명 바리스타의 레시피도 탑재해 보다 더 즐길거리가 풍부한 커피머신으로 만들 계획이다.

부산 송정지역 등 주유소에 ‘드라이브 스루 커피부스’도 설치할 예정이다. 디스플레이 결합형 커피 디스펜서를 개발, 테이크아웃이 용이한 공간에 설치해 수익을 낸다는 구상이다.

피티지컴퍼니의 최종 목표는 ‘혁신적인 커피문화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이 되는 것이다. 지난 4월 개최된 월드오브커피 행사에서 그 가능성을 엿봤다.

행사에 참가한 수많은 바리스타, 업계 종사자들에게 피티지컴퍼니의 커피머신을 알리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중국 등 국제 커피행사에 초청을 받기도 하고, 구체적 비즈니스 상담도 진행 중이다.

박 대표는 “커피머신 개발 관련 산업이 성장하지 않으면, 부산 커피 산업의 퀀텀점프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투자를 통해 스마트 커피 머신이라는 사업 분야를 고도화하고, 나아가 수출을 통해 부산 커피머신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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