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톡톡] 공교육에서 배워야 할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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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보현 온천초등 교사

종종 학교 현장에서는 “잘 맞지 않는 아이와 같은 반인 상황 때문에 우리 아이가 피해를 받는다”며 학급 교체 등을 요구하는 민원이 들어온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서로 적절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갈등을 한쪽에서 ‘피해’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민원 당사자인 학부모는 대체로 갈등 상황을 교사가 직접 확인하고 중재 역할을 해주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러한 대처 방식이 과연 학생의 삶에 건강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다양한 갈등을 경험하게 되고, 그러한 상황을 나름의 방법으로 대처해가면서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을 익혀나간다. 학교는 갈등 관리와 대처라는 중요한 삶의 한 방식을 첫 번째로 배우게 되는 사회적 공간이다. 자신과 비슷하고 잘 맞는 친구들이 있는 반면, 나와 잘 맞지 않거나 때로는 같이 한 공간에 있는 것조차 불편한 사람들도 있는 상황을 겪게 된다. 그러면서 삶을 살아가는 법을 익힌다. 직접 부딪히면서 버거운 상황을 겪을 때도 있지만, 그것을 극복해 나가면서 다른 사람의 심정에 공감할 수 있고 배려를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 나간다.

현재 한국 사회의 공교육을 좀먹고 있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공교육을 원하는 것은 모두 들어줘야 하는 사적 서비스라고 인식하는 사고 습관이다.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아니, 잊고 있던 공교육의 근본 목적을 다시 기억해 내야 한다. 공교육은 한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가르치는 공공재이며, 그 행복이라는 것은 다른 사회구성원들과 함께하는 가치를 전제하는 것이다.

삶은 계획된 교육과정 하에 이뤄지는 현장체험학습과는 다르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인생의 다양한 변수와 인간관계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갈등과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경험을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사회는 모든 장애물과 불편한 것들을 알아서 제거해 주지 않는다.

장애물을 알아서 치워주는 시스템에 익숙해지면 학생들은 스스로 삶을 살아가고 어려운 상황을 합리적·도덕적으로 극복하는 방법을 배울 수 없다.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조금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여러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배워야 한다. 아이의 가능성을 믿고, 교사를 믿고 학교를 믿어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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