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oCA, 오늘 만나는 미술] 건강과 관계를 위하는 예술, 살핌운동
■조영주 '살핌 운동'
조영주 '살핌 운동' 영상 중 한 장면.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조영주는 여성의 신체와 삶을 탐구하는 현대미술가다. 영상, 사진, 설치, 공연, 무용 등 여러 장르를 오가며 솔로, 다학제 협업, 커뮤니티 작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작가가 다루는 여성이란 주제는 그녀 자신이 여성인 만큼 자전적 성격을 띠기도 하지만 여성의 이슈를 사회와 접목하여 폭넓게 다루기에 개인의 서사에 머물지 않고 사회 보편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근래에 발표한 ‘살핌 운동’(2023)은 작가가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며 체득한 돌봄의 가치를 사회 저변으로 전파 시키기는 시민 참여형 퍼포먼스이다. 심리치료사, 재활치료사, 안무가 등 다학제 전문가 및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공동 협력하여 개발하였다. 작품은 돌봄 관계에 있는 커플이 퍼포머가 되어 따라 하기 어렵지 않은 동작을 함께 수행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돌보는 자와 돌봄을 받는 자가 짝이 되어 서로의 신체를 지탱하거나 응시하며 동작의 주도권을 주고받기에 운동 효과뿐 아니라 관계의 상호의존성을 깨닫게 하는 작품이다.
‘살핌 운동’은 현재까지 광주, 서울 등지에서 다양한 구성원 참여로 실시되었고 앞으로 부산과 강원에서 진행되는데 부산은 7~8월 간 발달장애인과 보호자 대상으로 운영된다. 주최기관인 부산현대미술관에서는 무장애 미술관 환경 조성하기란 비전 아래 지역 장애, 비장애 예술가를 전문 강사로 양성하고 이들이 복지관으로 찾아가 ‘살핌 운동’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기에 작품의 의미는 배가된다. ‘살핌 운동’은 제목 그대로 하나의 사회 운동을 표방하며 지역적 특색에 맞게 특화되어 사회 곳곳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살핌 운동’이 돌봄 관계의 사람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상호 작용하게 만드는 것이 분명하나 작품의 의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작가는 돌봄이 저평가되는 사회의 문제를 환기하고 돌봄에 대한 정당한 가치 부여와 피상적인 돌봄 개념의 비판까지 의미망에 담아낸다. 돌봄은 대체로 자녀/부모, 장애인/보호사, 노인/부양자 등 보호자와 피보호자의 관계 안에서 일어난다. 통상적으로 보호자는 돌봄을 행하는 능동적 주체인 반면 피보호자는 돌봄을 받는 수동적 대상이자 보호자에게 종속된 존재로 표현되곤 하는데 작가는 이 같은 인식에 반기를 든다. 그녀는 보호자와 피보호자 쌍방이 상호 의존 관계에 놓여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고 말한다.
독박육아, 노인 수발 등 오늘날 돌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원인 중에는 의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자리한다. 의존을 결핍, 무능함으로 보기에 돌봄을 받는 것도, 주는 것도 꺼린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한 개인의 탄생과 성장, 죽음의 단계에서 돌봄은 필수 불가결하다. 돌봄을 받고 누군가를 돌보는 인생이야말로 유의미한 삶이자, 세계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며 돌봄이 어느 시대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조영주 작가의 ‘살핌 운동’은 돌봄의 가치를 다시금 상기시키며 우리 주변의 관계부터 다시금 잇고 연결하길 요청한다.
박한나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