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낀 세대 2차 베이비부머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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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45년 일어난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미국. 미국은 종전 이듬해인 1946년부터 1965년까지 신생아 출생이 급격히 늘어났다. 이는 전쟁이 끝나면서 미국 사회에 펼쳐진 안정과 경제적 풍요의 영향이다. 이처럼 특정한 경향을 보이는 시기에 수많은 아이가 태어나 인구의 자연 증가율이 현저히 높아지는 사회 현상이 ‘베이비붐’(baby boom)이다. 베이비붐 시대에 난 이들을 ‘베이비부머’(baby boomer) 혹은 ‘베이비붐 세대’라 일컫는다.

우리나라에도 베이비부머가 숱한데, 1950~53년의 한국전쟁과 관련이 있다. 국내 베이비부머는 국토를 초토화한 전쟁의 상흔이 아물기 시작한 1955년부터 베트남전쟁 참전 직전인 1963년까지 태어난 사람을 지칭한다. 이들은 무려 705만 명이나 된다. 베이비붐으로 보는 이유다. 현재 60대 연령층인 베이비부머는 고도 경제성장을 이끌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법정 정년 만 60세에 이르러 은퇴했다. 이 세대 상당수는 100세 시대를 맞아 혈기왕성한 활동이 가능하며 근로 의욕도 강하다. 그런데도 마땅한 일자리가 태부족한 게 문제다.

이들에 이어 2차 베이비붐 시기에 태어난 1964~74년생의 은퇴는 국가적 숙제로 떠올랐다. 올해 나이 50~60세인 2차 베이비부머는 건국 이래 가장 많이 출생한 세대로 1차 베이비부머 규모를 훨씬 능가한다. 2차 베이비부머는 모두 954만 명. 전체 인구의 18.6%를 차지한다. 이들은 올해부터 10년가량 매년 100만 명 가까이 정년퇴직을 맞는다. 한국은행은 지난 1일 발표한 2차 베이비부머 관련 보고서를 통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이 생산·소비의 중요한 허리 역할을 하다 순차적으로 대거 은퇴하면 한국경제는 연간 성장률이 0.38%포인트 하락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다.

1·2차 베이비부머의 공통점은 열심히 살았으나 부모 부양과 자식 양육에 치중하느라 노후 대책이 막막한 낀 세대란 게다. 60대들은 그나마 자녀의 봉양과 국민연금 혜택을 받기도 하지만, 50대들은 이런 기대마저 줄이거나 접어야 할 판이다. 2차 베이비부머의 2세들은 앞으로도 극심한 청년 취업난에 시달릴 전망이고, 부모 부양을 원치 않는 젊은 직장인이 늘고 있어서다. 부모에게 손을 벌리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다. 50대들은 정년 후에도 몇 년간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데다 수령 액수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여생에 홀로서기가 불가피한 2차 베이비부머. 청년 고용을 위축시키지 않는 수준의 정년 연장을 공론화하고 양질의 노령 일자리 창출에 더 힘쓸 때가 됐다.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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