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힌두교 종교 행사장 압사 사고… 최소 116명 사망
2일 북부 하트라스 인근서 사고
더위에 행사장 벗어나려다 참변
사망자 대부분 여성과 어린이
현지 경찰 “행사 주도자 수배 중”
2일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한 인도 북부의 하트라스 지역에서 여성들이 친척의 시신을 앞에 두고 슬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인도 북부에서 힌두교 행사 중 압사 사고가 발생해 최소 116명이 사망했다. 참사를 유발한 직접적인 원인이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경찰은 일단 무덥고 습한 행사장에서 숨이 막혀 불편함을 느낀 일부 참가자들이 행사 종료 후 서둘러 떠나려고 앞다퉈 달리기 시작하면서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3일 AP통신 등 외신들은 전날인 2일 우타르프라데시주 주도 러크나우에서 남서쪽으로 약 350km 떨어진 하트라스 지역의 힌두교 행사장에서 행사가 끝난 뒤 참가자들이 서둘러 떠나던 도중 압사사고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우타르프라데시주 경찰청장 프라샨트 쿠마르는 “이번 사고로 적어도 116명이 사망했다”며 “사망자 대부분이 여성과 어린이”라고 말했다. 부상자도 80명을 넘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경찰은 텐트 안이 무덥고 습해 숨이 막혔던 일부 참가자가 행사 종료 후 빨리 나가려고 달리기 시작하면서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마련된 행사장은 임시 텐트로 꾸며졌고 밀폐돼 있었다, 당시 이 지역 기온의 약 섭씨 32도, 습도는 77%에 달했다.
10대 목격자로 병원에 입원한 죠티는 3일 현지 일간 힌두스탄타임스에 "사고 현장에 수많은 사람이 모여있었고 사고는 행사 종료 후 사람들이 서둘러 떠나려다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죠티는 "사람들이 쓰러지자 그 위에 다른 사람들이 또 넘어졌다"면서 밖으로 나가려다 텐트 주위에 세워진 오토바이 때문에 쉽게 빠져 나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참가자가 지나치게 많았다는 점도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다. 경찰은 행사 참가자가 1만 5000여 명으로, 주최 측이 허가받은 참가 인원인 5000명의 3배에 달한 것으로 최초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지나치게 많은 인원이 행사에 참여한 게 사고의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구체적으로 무엇 때문에 행사장에서 집단 패닉이 발생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행사장 바닥 진흙 부분에서 미끄러져 넘어진 것이 참사 원인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타르프라데시주의 고위 관리인 차이트라 V는 인도 뉴스채널에 "행사장 바닥 한 곳에는 진흙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거기서 미끄러져 넘어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행사장 내) 열기 때문에 사람들이 식수가 마련된 곳으로 몰려가다가 사고가 났을 수 있다"고도 했다.
'볼레 바바'로 불리는 설교자 나라얀 사카르 하리(65)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사고가 났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번 행사를 주도한 그는 10년간 경찰로 근무하다가 1990년대 퇴직한 뒤 종교 지도자로 행세해왔다. 그는 사고 발생 후 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과거 20년 동안 이 같은 행사를 여러 번 개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설교자를 불러 주최 측 과실이나 안전조치 이행 여부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인도에서는 종교행사와 관련한 압사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지난 2013년에는 마디아프라데시주에서 힌두교 축제를 위해 사원을 찾았던 순례자들이 다리 위에 서 있다가 붕괴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앞다퉈 벗어나다가 115명이 숨졌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