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빨리 도착하는 배가 위판장 명당 차지한다... 선사간 욕망 중재하는 어시장 노하우 [피시랩소디]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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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항순서대로 위판장 배정
선사 "넓은 위판장 달라"
어시장 오랜 노하우로 조정

지난 4월 18일 오전 7시께 선사직원들이 생선을 내려놓을 위판장을 배정받기 위해 부산공동어시장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정수원 PD bluesky@ 지난 4월 18일 오전 7시께 선사직원들이 생선을 내려놓을 위판장을 배정받기 위해 부산공동어시장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정수원 PD bluesky@

선사들은 잡아온 고기를 위판장 경매를 통해 판매한다. 하지만 경매장에 도착한 모든 배가 생선을 판매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생선을 어종과 크기에 따라 분류하는 인력, 생선이 담기는 상자의 수량, 고기를 펼쳐놓는 위판장 면적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수산물 경매장인 부산공동어시장(이하 어시장)에서 하루 최대 판매할 수 있는 수량은 6만~7만 상자(한 상자당 약 20kg)가량이다. 위판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시장은 선사로부터 위판 수수료를 받지만, 현실적인 사정 탓에 빠르게 입항한 배만 위판장을 배정받을 수 있다. 각 선사들은 가능한 넓고 배를 대기 편한 위판장을 사용해 경매를 진행하고 싶어 한다. 이 과정에서 선사 간 위판장 쟁탈전이 펼쳐진다. 어시장 직원들은 수십 년 간 선사들과 관계를 쌓아오면서 선사들의 조업 스타일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원활하게 중재가 가능하다.

■빨리 입항해야 생선 판매 가능

지난 4일 18일 오전 7시께 부산공동어시장 입구에 위치한 작은 초소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이날 입항하는 배들의 선사 직원과 이 배들이 생선을 내려놓을 위치를 정해주는 어시장 직원들이다. 이날 어종의 크기와 물량을 따져봤을 때 9번째로 입항하는 배까지만 생선을 팔 수 있었다. 어시장 운영과 직원은 이날 어시장으로 들어오겠다고 신고한 배들의 조업량과 어종을 확인한다. 이날 오전에 도착하는 배들은 밤 사이 분류작업을 거쳐 다음날 이른 새벽 생선을 경매에 부친다.

어시장은 배의 위치와 속도를 알 수 있는 '정부 알리미' 애플리케이션을 참고해 대략적인 배의 도착 순번을 정한다. 이미 전날 순번에서 밀려 생선을 판매하지 못한 4척의 배가 이미 있었고, 나머지 5척이 어시장을 향해 들어오고 있었다. 이날 9번 순번을 두고 두 선사가 쟁탈전을 벌였다. 간발의 차로 힘들게 잡은 고기를 팔 수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어시장 측은 각종 데이터를 통해 입항 순서를 결정해 빠르게 선사에게 알려줘야 한다. 이날 순번에 들지 못한 배들은 인근 다른 위판장으로 배를 돌려 생선을 팔았다. 빠르게 어시장 측에서 입항순서를 정해주어야만, 선사들은 어종·크기 분류, 생선 운반·포장을 위한 인력 수를 정할 수 있다.

입항순서가 정해지면 선사는 생선을 분류할 인원을 결정해 투입한다. 정수원 PD 입항순서가 정해지면 선사는 생선을 분류할 인원을 결정해 투입한다. 정수원 PD

■선사 간 욕심을 중재하는 일

선사들에게 생선의 선도는 곧 '돈'이다. 그러기 위해선 빠르고 편하게 생선을 내릴 수 있는 위판장 위치가 중요하고, 생선을 어종별 크기별로 분류할 수 있는 공간인 위판장 면적도 넉넉해야 한다. 하지만 매번 빠르게 도착할 수 없어, 선사들은 선호하는 위판장을 배정받기 위해 애를 먹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선사들은 늦게 도착했음에도 자리를 달라고 요구하거나, 더 넓은 위판장을 달라고 어시장에 요청하기도 한다. 선사들의 요청을 중재하는 일이 어시장의 가장 큰 업무다.

지난 4월 17일에도 4000상자가량의 정어리와 고등어를 조업한 A 선사가 가장 늦게 도착했음에도, 추가 위판장을 달라고 요구했다. 어시장 측은 B 선사가 비교적 넉넉하게 위판장을 배정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일부를 A 선사에게 줄 수 있겠냐고 요청했다. 이전에 B 선사도 다른 선사로부터 양보를 받은 사실을 어시장 측이 알고 있기 때문에 중재가 가능했다.

이 같은 중재는 수십 년간 선사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스타일을 알아온 노하우 덕이다. 박경태 어시장 운영과 팀장은 "어떤 선사들은 좋게 양보를 잘해주는 곳도 있고, 다른 곳은 무리하게 요구를 하는 곳도 있다. 선사들의 스타일을 잘 알아야 조율도 가능하다"라며 "하루는 이 선사에 좋게 위판장이 배정됐으면 다른 번에는 다른 배에 양보하라고 요구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수십 년의 노하우로 관계를 잘 쌓아온 덕에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부산일보 유튜브 ‘피시랩소디’에서 더 많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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