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탄핵 빌드업 몰두… 더 험악해지는 국회
국회 청원 따른 청문회 밀어붙여
탄핵 본격화 사전 작업 셈법인 듯
정치 공세 일상화 여야 극한 대립
제도 안정성 훼손 우려 비판 대두
정권 바뀌면 탄핵안 난무 가능성
9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위원장이 ‘탄핵 청문회’ 표결을 진행 중인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에 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이라는 국회 청원을 근거로 실제 탄핵 청문회를 추진하면서 법적 타당성 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따른 청문회 개최는 전례가 없다. 이번 청문회 개최가 헌법상 제도인 탄핵으로 직결될 가능성도 없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청문회 일방 개최는 일종의 ‘탄핵 빌드업’으로 보인다. 대통령 탄핵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여론 저항감을 낮추려는 셈법이라는 것이다. 22대 국회 들어 대규모 검사 탄핵 등을 밀어붙이면서 ‘탄핵의 일상화’를 만드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극히 신중해야 할 탄핵이 일상적인 정치 공세로 ‘소비’되면서 여야 간 극한 대립은 물론 선거 제도의 안정성마저 해칠 것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민주당 내 강성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정청래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9일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의 강한 반발에도 오는 19일과 26일 윤 대통령 탄핵안 발의 요청 국민동의 관련 청문회 실시계획서 및 증인 출석 요구서를 야당 단독으로 채택했다. 두 차례의 청문회에는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관련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관련 김건희 여사와 그의 모친 최은순 씨, 김 여사에게 명품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인 곽규택 의원은 “국회법에 따라 탄핵 청원안에 나와 있는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논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 수사·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위원회 청문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고, 같은 당 주진우 의원은 “탄핵 소추는 대통령 재임 시 일어난 일에 대해서 하는 것인데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은 윤 대통령 결혼 전의 일 아니냐”며 반발했지만, 정 위원장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매우 중요한 안건이기 때문에 국회법 65조 1항에 따라 청문회를 실시할 수 있다”며 표결 처리를 강행했다.
국회가 국민동의청원을 근거로 청문회를 개최한 적은 없지만,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청원의 적법성을 따져야 한다고 청문회 개최 명분을 제시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 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되는 헌법상 제도임에도 일부 정치적 반대 세력의 청원을 근거로 실질적인 탄핵 관련 조사를 벌이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문재인 전 대통령도 임기 당시 146만 명의 청와대 탄핵 청원이 있었지만, 청문회 등 관련 조치는 없었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당시)국회 법사위가 직무유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88년부터 임기를 시작한 13대 국회부터 22대까지 탄핵 발의 건수는 36건인데, 21~22대 국회에서 절반인 18건의 탄핵안이 발의됐다. 특히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당이 된 22대 국회는 임기가 한 달 정도 지난 상태에서 벌써 일선 검사 탄핵안 등 5건의 탄핵안이 발의됐다. 야당이 집권 세력의 독주를 막기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했던 탄핵이 ‘조자룡 헌칼 쓰듯’ 절제 없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잦은 탄핵 움직임이 실제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보고 있다. 실제 민주당 법사위원인 박균택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청문회를 개최한 뒤 최종적으로 탄핵소추안을 추진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청원안에 대한 청문회로 포장하고 있지만, 사실상의 ‘탄핵 예비 절차’”라며 “윤 대통령을 탄핵하는 분위기를 조성한 후 실제 탄핵 소추까지 강행하겠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에 따라 두 차례의 청문회 역시 야당이 증인을 일방적으로 몰아세우는 양상이 될 것으로 보이며, 이를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립 역시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어느 정권이든 반대 세력이 있는데, 일부 의견을 근거로 탄핵을 추진하기 시작하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매번 같은 사태로 극한 정쟁을 되풀이할 것 아니냐”며 “민주당이 당장의 정치적 목적 때문에 탄핵을 남발하지만, 그 후과는 우리 민주주의 제도 자체를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