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아시아가 함께 겪은 시대의 아픔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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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소년 / 유페이윈·저우젠신

<대만의 소년> 1권 표지. <대만의 소년> 1권 표지.

소설과 영화, 만화 등 문화 상품의 다양한 유형을 두고 우열을 가리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과거엔 특정 유형을 낮춰보는 편견이 만연했다.) 그럼에도 좀 더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유형이 존재한다는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소설보다 만화가 좀 더 쉽게 읽힌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소설 <닥터 지바고>보다 오마 샤리프 주연의 영화 ‘닥터 지바고’가 더 대중적이다.

총 4권으로 이뤄진 <대만의 소년>의 가장 큰 미덕도 여기에 있다. 만화다. 한 시민의 일생을 통해 대만 현대사를 들여다본다. 이강토·석주 부자(父子) 2대에 걸친 이야기로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풀어낸 국내 만화 <오! 한강>(허영만 작)이 떠오른다. 다만 <오! 한강>의 주인공은 허구의 인물이지만, <대만의 소년>의 주인공 차이쿤린은 실존인물이다. 그는 고등학생 때 읽은 금서 한 권 때문에 뤼다오 교도소에서 20대를 보냈고 30대에 출소해 이후 삶의 대부분을 감시와 검열 속에서 살아간다. 그는 지난해 9월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2차 대전 후 대만에서는 “개가 가니 돼지가 왔다”라는 말이 유행했다. 일제강점기 시절보다 일본이 떠난 자리에 들어온 국민당 정권의 폭압이 더 심해서 나온 말이다. 그래서일까. 일본을 대하는 태도 역시 우리보다는 호의적이다. 일제강점기와 반공정권의 폭압, 경제 성장 등 우리와 거의 유사한 길을 걷고도 닮은 듯 다른 대만의 현대사를 훑어보는 것은 색다르면서도 소중한 경험이다.

한국어 번역본은 따끈따끈한 신간이지만 현지에선 2021년 출간됐다. 그해 타이베이국제도서전, 골든트라이포드어워드, 골든코믹어워드 등을 수상했고, 올해 초 프랑스의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도 받았다. 유페이윈 글·저우젠신 그림/황선미 등 옮김/마르코폴로/724쪽(4권 합계)/6만 원(4권 합계).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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