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남해 해안도로에 돌연 세워진 전봇대 100여 개…무슨 일?
이동면 해안도로 6.5km에 전봇대 104개 설치
주민들 “미관 저해에 사전설명회도 없어” 반발
한전 “선로 변경·지중화 어려워…협의 나설 것”
남해읍과 이동면을 잇는 해안도로 6.5km 구간에 최근 전봇대 104개가 설치됐다. 주민들은 사전설명도 없이 미관을 해치는 전봇대를 설치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독자 제공
경남 남해군 한 해안도로에 별안간 전봇대 100여 개가 세워져 논란이다. 주민들은 전봇대가 미관을 해칠뿐만 아니라 설치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주민설명회조차 열리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11일 남해군과 주민 등에 따르면 남해읍과 이동면을 잇는 해안도로 6.5km 구간에 최근 전봇대 104개가 설치됐다. 미조면 일원에 건설되고 있는 브레이커힐스 남해리조트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한전은 해당 리조트에 1만 250kW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총사업비 64억 원을 투입해 지난달부터 배전선로 구축 사업에 착수했다. 남해읍 소재 한전 남해지사 변전소부터 이동면 해안도로를 지나 미조면 송정리까지 이어지는 구간으로, 총 선로는 약 30km에 달한다. 한전은 2023년 2월 남해군 도로 굴착 심의를 거쳐 올해 5월 도로점용허가를 받았다. 이어 지난달 6월 착공에 들어갔으며, 오는 12월 준공 예정이다.
하지만 해당 사업은 현재 주민 반발로 전면 중단된 상태다. 해안도로를 끼고 있는 섬호마을 등 6개 마을주민은 당장 전봇대를 철거하고 노선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안가 경치가 예뻐 많은 사람들이 해안도로를 오가는데 전봇대가 세워져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이다.
한 주민은 “경치가 중요한 해안도로에 전봇대를 이렇게 많이 세워놓으면 어쩌자는 건가. 하다못해 지중화 사업이라도 해야지 경관을 모두 망쳐놨다. 당장 철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이 분노하는 또 하나 이유는 전봇대가 세워질 때까지 공사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주민들은 공사가 강행될 경우 단체행동에 나설 방침이다.
또 다른 한 주민은 “사전 안내는 물론이고 주민설명회 한번 없이 사업을 추진했다. 주민들을 속여 전봇대를 세운 것”이라며 “아름다운 해안선의 경관을 저해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일”이라고 강조했다.
남해읍에서 이동면까지 이어진 배전선로 현황도. 남해군 제공
남해군도 뒤늦게 마을 상황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해안도로 점용허가를 내줬지만 전봇대 개수와 길이, 전력량 등 구체적인 공사 내용은 몰랐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사유지가 아닌 공유지다 보니 점용허가를 내줬다. 하지만 전력을 어떻게 이어갈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그 부분은 한전의 영역이다 보니 공유가 되질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8일 간담회를 열어 주민들 의견을 청취했다"며 "한전과 협의해서 주민들 의견이 충분히 고려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전 측도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사업을 시작했고 현재까지 위법한 상황은 없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선로 변경을 하려고 해도 주변이 온통 농지인 데다 국도 주변은 이미 전봇대가 포화상태다. 여기에 예산과 차후 전기 활용 등 문제 탓에 지중화 사업도 어렵다.
한전 관계자는 “선로 변경은 여건이 안 된다. 장애물도 많고 국도는 이미 전봇대 포화상태다. 일단 공사는 중단한 상태며, 군과 협업해서 주민들 설득과 이해를 구하려고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