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식 ‘최장 지각’ 22대 국회…끝없는 대치는 계속
이전까지 가장 늦었던 21대 7월 16일 개원식 기록 갈아치워
민주당 16일에도 노란봉투법, 이진숙 청문회 이틀 개최 일방 처리
국힘 “개원식 의미 없어”…7월 내내 화약고 8월 넘으면 아예 열리지 않을 수도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16일 오후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민청원' 청문회 증인 추가 출석 요구의 건에 대한 토론 방식을 두고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왼쪽),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오른쪽)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22대 국회가 ‘87년 체제’ 이후 가장 늦게 개원식을 연 21대 국회(7월16일) 기록을 갈아치웠다. 임기 시작부터 수적 우위를 앞세운 거대 야당의 독주와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맞서는 집권여당의 대치가 이어지면서 개원식 일정조차 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더 문제는 ‘채 상병 특검법’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 등 건드리면 터지는 화약고가 한 두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상대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무한 정쟁 속에 사상 초유의 개원식 없는 국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이른바 ‘탄핵 열차’에 시동을 건 민주당은 4월 총선 압승 이후 ‘민심은 윤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견제’라며 국회 운영에서 ‘소수 여당’에 대한 철저한 무시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는 16일 회의에서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여당의 반발 속에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 재의결 절차를 거쳐 최종 폐기됐다. 환노위 여야는 법안을 안건조정위원회로 넘겼지만, 안건조정위원 3분의 2 이상을 야권이 차지할 것으로 보여 법안 처리는 시간 문제다. 이 경우, 이번에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불 보듯 뻔하다는 점에서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야당 주도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오는 24∼25일 이틀간 진행키로 했다. 여당은 “장관급 인사청문회를 이틀 일정으로 잡은 것은 전례가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지만, 일찌감치 ‘이진숙 불가론’을 내세운 민주당은 “철저한 검증을 위해 이틀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며 수적 우위를 앞세워 ‘이틀 실시’ 계획안을 처리했다.
민주당 등 야권은 ‘원천무효’라는 여당의 강력한 반대에도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를 오는 18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하는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야권은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원석 검찰총장과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 강의구 대통령실 부속실장, 이동혁 대통령기록관장, 송창진 공수처 차장검사 직무대행 등 6명을 여당 의원들의 반대에도 청문회 증인으로 추가 채택했다. 청원에 탄핵 사유로 기재된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와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 증언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현직 검찰총장을 청문회 증언대에 세우려는 데 대해 이재명 전 대표 수사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역시 야당의 독주을 제도적으로 저지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무력감을 드러내면서도 타협과 양보는 없다는 태세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음모를 가지고 (그것을)진행하는 야당을 상대로 함께 개원식에서 선서하고 축하의 자리를 갖는 건 정말 의미가 없고 무리한 시도”라며 “이런 문제가 정리되지 않으면 개원식 일정 협의에 응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 때문에 7월 내에 22대 국회 시작을 알리는 개원식은 열리지 못할 공산이 크다. 26일 탄핵 청문회 전까지 여야의 대치가 풀릴 기미가 없는 데다, 민주당이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을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이후로 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이달 말에는 이를 둘러싼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치 하한기’인 8월로 넘어가게 되면 개원식 자체가 열리지 않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