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빈집 방치하면 세금?
고령화와 빈집은 동전의 양면이다. 한국에 비해 먼저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에서는 공·폐가가 골칫덩이다. 인구 감소 지역에 사는 부모 세대가 세상을 등지면 따로 사는 자녀가 고향집을 버려두기 일쑤다. 행정 당국은 고육지책으로 빈집에 세금 부담을 지우기로 했다. 한국의 재산세에 해당되는 고정자산세와 도시계획세는 ‘주택’이면 6분의 1 경감 특례가 적용된다. 그런데 2023년 개정된 ‘빈집대책특조법’은 빈집 판정을 받으면 경감 특례를 못 받게 했다. 졸지에 재산세가 6배 늘어나는 것이다. 집을 비워 두지 말고 매각·임대하라는 간접 유인책인 셈이다. 직접적인 빈집세까지 등장했다. 일본 교토시는 ‘별장·빈집세’ 조례를 제정해 2026년 비거주 주택에 과세를 시작한다.
한국에서도 빈집에 대한 행정 규제가 이달 시행됐다. 개정 농어촌정비법은 농촌 지자체장에 ‘빈집우선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부여하고, 사고·범죄 우려가 있는 공·폐가를 철거하지 않으면 최대 500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게 했다. 11일 국민의힘 신성범(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인구 감소 지역 빈집,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발제 중 재산세 중과와 함께 빈집세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빈집세는 범죄·화재·붕괴 대비에 드는 행정 비용을 감안해 ‘지역자원시설세(소방분)’ 차원의 신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토론회에서 부산은 ‘12개월 이상 빈집’ 상태가 2만 2120호로 집계됐는데, 이는 7개 특별·광역시 중 최다다. ‘파손 정도가 반 이상’인 폐가는 1429호로 역시 가장 많았다. 부산의 원도심은 청년이 떠나고 영세 독거 노인만 남은 상태라 공·폐가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조건에서 세금만 부과한다 해서 저절로 매매·임대가 늘어나 주민이 유입될 리 만무하다. 정부가 1가구 2주택의 예외로 인구 감소 지역에 적용한 ‘세컨드 홈 특례’조차 부산 원도심은 쏙 빠진 상황이다.
일본은 빈집에 세 부담을 늘리는 ‘채찍’과 함께 양도 차익 공제 3000만 엔(우리 돈 2억 6100만 원) 등 ‘당근’도 제공한다. 한국도 충분한 철거비 지원, 철거 후 토지분 재산세 경감, 양도 차익 공제, 지자체의 매입 기금 확보와 빈집 활용 마을 재생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이 필요하다. ‘깨진 유리창’ 이론을 빌리자면, 우리 동네 주변 어딘가는 지금도 빈집이 늘면서 슬럼화되고 있다. 슬럼가를 끼고 부산의 미래를 설계할 수는 없다. 종합적인 접근법과 대책이 필요한 대목이다.
김승일 논설위원 dojune@
김승일 논설위원 dojun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