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양군 벽소령 도로 개설 추진…시민단체는 ‘반발’
군, 웰니스관광 활성화 위해 도로개설 추진
17일 기자회견 통해 도로 개설 철회 촉구
“지리산 생태계 동서 단절·환경 훼손 우려”
함양군 벽소령 구간. 지방도 1023호선 벽소령 구간 미개설 도로 23.8km로, 현재 지리산국립공원 구역 탐방로로 사용되고 있다. 군은 지방도를 국지도로 승격 시킨 뒤 도로를 낼 계획이다. 김현우 기자
경남 함양군이 지리산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벽소령 도로 개설 추진에 나선 가운데 지역시민단체가 반발에 나섰다. 군은 지리산 연계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벽소령 도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시민단체는 지리산 자연환경 훼손과 기존 상권 파괴가 우려된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17일 함양군에 따르면 함양 마천면 삼정리와 하동 화개면 대성리를 잇는 지방도 1023호선 벽소령 구간 미개설 도로 23.8km에 대해 ‘국가지원지방도(이하 국지도)’ 승격과 도로 개설이 추진된다. 해당 구간은 함양과 하동을 잇는 직선 구간이지만 현재 도로가 아닌, 지리산국립공원 구역 탐방로로 사용되고 있다. 군은 이곳에 193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도로를 내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경남 함양군과 하동군은 같은 지리산권에 속해 있지만 직접적인 연결도로가 없어 전북 남원시나 전남 구례군 등으로 우회해야 한다. 양 지역을 이동하려면 총 105km 거리에 1시간 30분이 소요되는데, 벽소령 도로가 나면 약 50km 거리가 줄어들고 시간은 40분 정도 단축된다. 군은 특히 도로가 나면 함양군의 한방항노화 관광산업과 하동군의 해양항노화 관광산업이 연계돼 경남 웰니스 관광산업 전체 활성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진병영 함양군수는 지난 6일 간부 공무원들과 벽소령에서 간담회를 갖고 벽소령 도로 개설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함양군 제공
다만 투입 예산 규모가 워낙 커 지자체 예산만으로는 진행할 수 없는 만큼 국토부 등에 지방도가 아닌 국지도 승격을 건의한 상태다. 지난해 12월에 국토부를 찾아 협의를 진행했으며, 조만간 기재부 등을 방문해 협의를 이어 나갈 예정이다. 지난 6일에는 진병영 함양군수가 간부 공무원들과 벽소령에서 간담회를 갖고 벽소령 도로 개설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진병영 군수는 “지방도 1023호 도로개설을 통해 국내 최고의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고, 함양~하동 지리산 북부 한방항노화·남부 해양항노화를 연계한 경남 웰니스 관광산업 활성화와 서부경남지역을 비롯한 전라남북도 권역의 국가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벽소령 도로 개설 추진이 공론화 되자 지역 시민단체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함양난개발대책위원회는 17일 함양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이 추진 중인 벽소령 도로 개설 계획에 대한 철회를 촉구했다.
대책위는 “벽소령은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약 45km에 이르는 지리산 능선 종주길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는 고개”라면서 “벽소령을 중심으로 지리산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도로가 개설되면 도로 건설 과정에서 지리산국립공원의 환경 훼손이 예상되고, 이후 차량 통행에 따라 지리산의 생태계가 동서로 단절된다”고 주장했다.
함양난개발대책위원회는 17일 함양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이 추진 중인 벽소령 도로 개설 계획에 대한 철회를 촉구했다. 김현우 기자
이어 “2004년부터 추진해 성과를 내는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되고, 해발 1350m에 위치한 도로 개설로 지리산 능선부 훼손이 심각해져 아고산대의 식생 보전에 큰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또 “고용 창출 효과는 공사 기간에만 잠시 되고 주민들에게는 어떠한 혜택도 없이 관광객 유치라는 허울 좋은 명분만 남을 것”이라며 “몇 년의 호황을 보고자 무수한 세월 동안 형성된 자연유산을 망가뜨린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리산 권역의 관광산업을 활성화한다는 목적으로 벽소령 도로를 개설하지만, 지리산 관통 도로 개설로 교통과 접근성이 편리해지면 지리산은 스쳐 가는 관광지가 된다. 이로 인한 지역 상권 붕괴로 지역 소멸은 가속화될 것”이라며 “지리산의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신규 도로 개설보다는 체류형 관광상품과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