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교수 “경쟁 없인 성장 없지만 경쟁엔 사랑이 있어야죠”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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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교수 초청 부산경제포럼

1920년 출생 역사 산증인·철학자
갈등과 경쟁, 사회 성장 필수 역설
이타심·후대 위한 마음 전제 강조
“사랑은 인간 존엄성 높이는 방법”

지도자 갖춰야 할 덕목 공부 꼽아
“항상 낮은 자리서 끊임없이 배우라”
참석자 250여 명 기립 박수로 화답

부산상공회의소는 17일 오전 부산롯데호텔에서 ‘산다는 것의 의미’라는 주제로 제264차 부산경제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는 ‘백세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강연이 진행됐다. 부산상의 제공 부산상공회의소는 17일 오전 부산롯데호텔에서 ‘산다는 것의 의미’라는 주제로 제264차 부산경제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는 ‘백세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강연이 진행됐다. 부산상의 제공

“우리 사회는 갈등과 경쟁사회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흔히 조용한 사회, 갈등이 없는 이상적인 사회를 꿈꾸지만 이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닙니다. 경쟁이 없으면 성장도 없기 때문이죠. 남을 밟고 올라서기 위한 편 가르기 등 이기적인 경쟁이 아닌 사랑이 있는 경쟁을 추구해야 합니다. 나보다 남이 더 잘 되길 바라는 마음, 후대를 위해 경쟁을 해야 합니다.”

105세, 대한민국 굴곡의 역사를 몸으로 겪은 지식인의 강연은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열정적인 강연은 청중을 감동하게 한다. 비록 거동은 불편했으나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에 ‘백 년의 지혜’를 담았다. 1시간 남짓 진행된 강연에는 잡담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삶의 지혜가 녹아있는 말 한마디마다 청중은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17일 오전 부산롯데호텔에서 ‘산다는 것의 의미’를 주제로 제264차 부산경제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는 ‘백세인(100년 이상 생존한 사람)’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의 초청 강연이 진행됐다. 김 교수는 1920년 평안북도 운산군에서 태어나, 일본 조치대학에서 철학과 학사 학위를 딴 뒤 연세대 철학과에서 30여 년간 교수로 재직했다. 100권에 가까운 저서를 출간했다. 중학생 시절 시인 윤동주와 한 반에서 수학했고, 도산 안창호 선생의 강연을 직접 듣기도 한 대한민국 역사의 산증인이다.

김 교수는 기업인들에게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주문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은,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사람은 자기가 아는 것 이상의 일은 할 수 없다. 잘 모르기 때문에 탈이 나고 문제가 생긴다”며 “항상 낮은 자리에서 끊임없이 배우라”고 말했다.

100세를 넘긴 나이에도 강연을 다니며 지식을 나누고 책을 쓰는, 열정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한 비결도 공유했다. 김 교수는 “돈을 목적으로 일하면 고통스럽지만, 일을 사랑하게 되면 피곤하지 않다”며 “사랑하는 일을 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같은 꿈을 꾸고, 같은 목적을 지닌 동반자들과 행복한 인간관계가 사람을 인격적으로 성장시키며 늙지 않게 한다”고 말했다.

또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백세인의 지혜는 청중들을 매료시켰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내가 바라는 것은 대한민국의 통일”이라며 “최근 북한이 오물 풍선을 남쪽으로 보내고 있다. 보복할 방법을 많이 고민하는데, 북한 어린이를 위한 과자와 옷을 담은 풍선을 올려보내는 것은 어떨까”라고 말하며 청중의 박수를 끌어냈다.

매달 부산경제포럼을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는 이오선 동아플레이팅 대표는 “오늘 김 교수의 강의에서 인생은 60부터 70까지가 계란의 노른자라는 말씀에 내 인생을 다시 새롭게 꿈꿀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부산상의가 주최하는 부산경제포럼은 1996년 5월 선보인 이래 28년간 매월 셋째 주 수요일 꾸준히 열려온 조찬포럼이다. 이날 행사에는 신정택 세운철강 회장, 김종각 동일 회장,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 이수태 파나시아 회장, 최금식 선보그룹 회장, 서용철 부산산업과학혁신원 원장 등 지역 기업인·주요 기관장 240여 명이 참석해 열기를 더했다.

양재생 부산상의 회장은 “대한민국의 가장 큰 어르신 중 한 명을 모시게 돼 영광이다. 열렬히 환영한다”며 “이 자리에 참석하신 모든 분이 백세시대를 건강하게 살기 위한 지적 영감을 얻어갈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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