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비정상 국회' 지속…나흘째 방송4법 필리버스터
국힘, 방송법 필리버스터 이어져
전국민지원법·노란봉투법 쟁점 법안 산적
소수여당 필리버스터 '버티기' 이어질듯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두고도 충돌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토론 종결 동의의 건 표결이 시작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에 소수여당의 버티기 국면이 지속하고 있다. 국회에선 ‘방송4법’을 두고 나흘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가 진행되며 소모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후에도 쟁점 법안이 산적해 끝 없는 정쟁에 민생이 외면받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28일 국회에선 방송문화진흥회법(방문진법) 개정안을 두고 나흘째 필리버스터가 진행됐다. 앞서 방문진법 개정안을 포함한 방송4법 중 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법 개정안은 야당 주도의 국회 본회의 상정과 여당 필리버스터, 필리버스터 종료 후 단독 처리 수순이 반복됐다. 방송4법은 야당의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로 오는 30일 본회의 처리가 이뤄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같은 쟁점 법안을 국회에 띄워놓곤 차기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위해 지역을 순회하는 상황이다.
여당의 필리버스터는 ‘항의성’에 가깝다. 108석의 소수여당이 192석의 거대야당에 입법 주도권을 빼앗긴 만큼, 필리버스터 등을 통해 국민에게 야당의 불합리함을 알리겠다는 취지이다. 다만 국민의힘이 쟁점 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막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필리버스터 대장정이 이어진 방송4법 이후에도 여야 충돌은 이어질 전망이다. 당장 민주당의 당론 법안인 ‘2024년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도 대기 중이다. 민주당은 내달 1일 본회의가 열리면 이날 해당 법안들을 줄줄이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 처리를 반대하고 있다. 여당은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임명동의안 심사 경과보고서가 채택된 노경필·박영재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표결 안건에만 합의하고, 해당 법안이 상정될 경우 국민의힘이 또다시 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내 들 공산이 크다. 현재로써는 국회 내에서 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맞설 유일한 카드가 필리버스터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가 ‘시간 끌기’에 불과하더라도 이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민주당 등 야당의 법안 단독 처리를 지켜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며 “필리버스터를 하면 민주당이 24시간 후 강제 종료하고 표결하겠지만 국민들에게 민주당의 부당함과 법안의 문제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을 내달 1일 본회의에 상정한다는 입장을 굳히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두 법안을)이번 회기 내에 반드시 처리할 것”이라며 “우원식 국회의장도 1일 해당 법안들을 상정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야 정쟁은 국회의장단 간의 갈등으로도 번지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앞서 야당이 주도하는 방송4법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사회를 거부했다. 주 부의장은 “국회의사당에서 벌어지는 증오의 굿판을 당장 멈춰야 한다. 여야 지도부가 국회의원들을 몰아넣고 있는 이 바보들의 행진을 멈춰야 한다”며 “민주당의 법안 강행 처리도, 국민의힘이 벌이는 필리버스터도 중단시켜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편, 여야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놓고도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강제동원의 역사를 담은 실질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들은 성명서를 내고 “사도광산에 강제동원의 전체 역사를 담은 실질적 조치가 이뤄졌다”며 “강제노역 역사를 반성하고 기억하는 장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 참사”라고 정부를 향해 맹공을 펼쳤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주 유네스코 일본대사는 조선인 강제동원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며 “윤석열 정부의 외교 참사에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