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항을 '글로벌 핫플'로] 쇠퇴 항만의 ‘힙’한 변신에 사람도 기업도 몰려왔다
2 - 민관 합작품, 일 요코하마
도쿄에 행정 뺏긴 뒤 항만 재개발
한눈에 구별 가능한 스카이라인
유행 점포 갖추자 관광객 북새통
흥행 콘텐츠는 민간이 개발·관리
보조금 제시하자 기업까지 몰려
일본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21 전경. 크루즈선이 정박한 항구 뒤로 초고층 건물이 스카이라인에 맞춰 들어서 있다.
일본 도쿄에서 남서쪽으로 약 25km 떨어진 요코하마에는 항만 재개발의 선진 사례로 손꼽히는 ‘미나토미라이21’ 지역이 있다. 지난달 16일 오후 4시 취재진이 이곳을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296m 높이의 랜드마크 타워에 맞춰 정렬된 스카이라인이었다. 고래처럼 유려한 외관의 ‘오산바시 국제여객터미널’도 눈길을 끌었다. 터미널 위는 나무 덱과 잔디가 깔린 ‘개방형 공원’으로 조성됐다.
오산바시 국제여객터미널 위에 나무 데크와 잔디가 조성되어 있다.
현대적인 건물 숲 아래로는 붉은 벽돌로 된 창고 ‘아카렌가’가 옛 항구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겼다. 창고 안은 현지에서 인기 있는 각종 레스토랑과 카페, 수공예품점 등이 즐비한 ‘힙플레이스’(hip+place, 유행을 선도하는 공간)였다.
미나토미라이21은 민관의 성공적인 합작 모델로 꼽힌다. 항만 재개발은 요코하마시 주도로 이뤄졌지만, 이후 아카렌가를 비롯한 각종 콘텐츠는 민간 회사나 민관으로 구성된 주식회사가 관리한다. 관리 주체는 입주 업체 임대료 등으로 수익성을 확보해 콘텐츠 개발에 꾸준히 투자해 오고 있다.
■역사성, 상업성 모두 잡아
1965년 요코하마는 일본 경제가 급성장하며 수도인 도쿄에 경제·행정 기반을 뺏겼다. 이에 도심 가운데 있던 옛 부두와 조선소를 옮기고 그 자리를 재개발하기로 했다. 바로 ‘21세기 항만의 미래’라는 뜻의 미나토미라이21 조성 사업이다. 총면적이 1.86㎢인 미나토미라이21은 오늘날 요코하마의 상업·관광·레저 중심지로 발전했다.
'붉은 벽돌'이라는 뜻의 아카렌가.
요코하마시는 재개발을 꾀하면서도 항만의 역사성을 놓치지 않았다. 대표적인 건물이 ‘붉은 벽돌’이라는 뜻의 아카렌가다. 아카렌가는 요코하마항 운영 당시 무역 화물을 보관하던 창고였다. 2002년 요코하마시는 아카렌가를 철거하는 대신 리모델링해 레스토랑과 카페, 전시관, 기념품점 등으로 채워 핫플레이스로 만들었다.
관광 거점을 조성한 덕분에 미나토미라이21은 해마다 관광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코로나19 직후 6040만 명까지 떨어졌던 연간 방문객 수는 지난해 7730만 명까지 회복했다.
올해 엔저 현상 등으로 외국인 관광객 수가 늘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8340만 명)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업도 수두룩…접근성·인센티브 어필
미나토미라이21에 있는 기업은 지난해 기준 1930곳이다. 취업자 수만 13만 4000명에 달한다. 국제 회의도 2022년 한 해 동안 34번 개최했다. 요코하마시는 미나토미라이21 사업으로 2020년까지 약 5조 5832억 엔(50조 3939억 원)의 직·간접적인 경제 효과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2009년 닛산자동차 본사가 도쿄에서 미나토미라이21로 이전했고, 최근에는 소니, 야마하, 삼성, LG 등 대기업들이 줄지어 미나토미라이21에 연구개발 거점을 세웠다.
재개발 초기에는 기업이 몰려오지 않았다. 요코하마가 어떻게 수도인 도쿄의 업무 기능을 가져올 수 있냐는 비아냥도 들었다. 하지만 요코하마시는 조례를 만들어 기업 본사를 옮길 경우 최대 50억 엔(452억 원)의 파격적인 보조금을 제시했다. 요코하마시 미나토미라이·히가시카나가와 임해부추진과 사토 코지 과장은 “도쿄에 본부를 두고 기업을 적극 방문해 유치 활동을 펼쳤다”면서 “도쿄에 비해 임대료가 저렴하면서도, 하네다공항이나 신칸센역과 접근성이 좋다는 점을 내세웠다”고 말했다.
<부산일보>와 부경대 HK+ 사업단 공동취재단이 일본 요코하마시 관계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민관 협력으로 지역 활성화
미나토미라이21의 흥행을 이끄는 콘텐츠는 지역 민간 기업의 주도로 개발·관리된다. 대표적으로 미나토미라이21에서 해마다 이뤄지는 불꽃축제는 최근까지도 가나가와 신문사를 주축으로 15개의 민간 업체가 맡아 왔다. 아카렌가도 요코하마시가 ‘주식회사 아카렌가’와 계약을 맺고 운영을 위탁한다. 요코하마시 관계자는 “더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공간 활용을 위해 이러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수탁사는 입주자에게 임대료를 받으면서 시설 관리는 물론, 창의적인 이벤트를 끊임없이 개발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21 항만 지역을 배가 지나가고 있다.
미나토미라이21를 함께 찾은 부경대 HK+사업단 공미희 교수는 “미나토미라이21의 성공은 단순한 도시 재생을 넘어 도시의 패러다임을 바꾼 혁신”이라며 “쇠퇴한 항만 지역을 첨단 R&D 허브이자 문화 중심지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하며 도시 계획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공 교수는 “30여 년간 계획을 진행하면서 일본 경제가 불황기를 맞아 기업 유치와 신도시 조성에 어려운 국면을 겪기도 했으나, 그때마다 흔들리지 않고 당초 계획을 끝까지 관철시킨 것이 미나토미라이21의 성공 요인이다. 이것은 북항재개발에 있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일본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21 항만 앞 녹지 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일본 요코하마/글·사진=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