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고준위방폐물 처분 솔루션’ 공개…사용후핵연료 해법될까
원자력학회, ‘안전성 확보-처분장 면적·처분비용 최소화 모델’ 제안
처분용기 두께·처분용기에 담을 사용후핵연료 다발수 등 최적화
“처분장 면적 70% 이상 줄고 경제성은 30%이상 높일 수 있어
영구처분장 2050년대 초까지 확보 가능…계획 10여년 단축”
정범진(가운데) 한국원자력학회장이 5일 세종에서 ‘한국형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 솔루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원자력학회 제공
한국원자력학회가 국가적 현안이자 사회적 난제 중 하나인 사용후핵연료 처분에 대해 '한국형 해결 방안'을 제시해 관심을 모은다.
한국원자력학회는 29일 오전 세종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형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 솔루션'을 공개했다. 특수용기에 담아 지하에 처분하는 개념 자체는 기존 방식과 비슷하지만, 용기의 두께나 사용후핵연료 다발 수 등을 공학적으로 최적화하면 안전성을 확보하면서도 처분장 면적과 처분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범진 원자력학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부지를 먼저 구하고 특성에 맞게 처분장을 건설하는 방식은 백지 상태에서 주민 설득, 처분사업 규모·방향 예측이 어렵다"며 "1980년대 기술에 근거한 스웨덴·핀란드 방식에 머물지 않고 우리 환경에 적합한 솔루션을 그려보는 것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학회가 제안한 솔루션은 사용후핵연료를 구리와 주철로 만든 이중 처분용기에 담아 지하 500m 깊이의 화강암반에 설치한 처분장에 처분하는 방식이다. 기존 스웨덴·핀란드에서 제안한 방식과 비슷하지만, 용기의 구리 두께와 사용후핵연료 다발 수 등을 공학적으로 최적화하면 핀란드 심층처분 개념을 적용했을 때보다 처분장 면적은 70% 이상 줄이고 경제성은 30% 이상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원자력학회 제공
학회가 이날 제안한 한국형 심층처분 개념을 요약하면 처분시설은 심도 500m의 화강암반에 위치시킨다. 수평으로 처분터널을 만든 후 처분터널에 수직공을 뚫고 그 안에 처분용기를 영구히 격리한다. 사용후핵연료를 담는 처분용기는 주철로 제작한 내부용기와 구리로 제작한 외부용기로 만든다. 공학적 최적화 및 3D 프린팅 등 신기술을 적용하해 구리 외부용기의 두께를 1cm 이내로 줄인다. 처분용기당 사용후핵연료 7다발을 장전하되, 집합체 붕괴열 등을 최적 조합해 장전한다. 처분용기와 암반 사이는 벤토나이트 완충재로 채우고, 처분터널은 뒷채움재로 밀봉한다. 단, 처분장 장기성능 유지를 위한 완충재에 대한 최대 온도 설계제한치를 130℃로 한다.
학회는 이 같은 솔루션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안전목표치를 만족한다"며 "영구처분시설이 들어설 곳과 유사한 지질환경에 지하연구시설(URL)을 건설하고 안전성평가 결과를 확보하면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영구처분장 사업기간을 약 10년 단축 가능하다"고 말했다. 학회가 제시한 로드맵에 따르면 처분장 운영허가 승인 예상일은 2050년이다. 여기에는 유럽이 시행하고 있는 ‘EU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 조건을 만족시켜, 혹시라도 사용후핵연료 문제가 우리 원전의 수출에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하겠다는 취지가 담겨있다고 학회는 설명했다.
학회는 이번 솔루션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정 학회장을 포함한 5명의 원자력 전문가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약 6개월간 국내외 연구결과를 분석하고 학회 내·외부 의견수렴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정 학회장은 “우리 학회가 제안한 솔루션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큰 방향만을 정한 것”이라며 “가능성이 높은 방향으로 연구하면 우리나라에 적합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사업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원자력 혜택을 누린 우리 세대가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며 “사용후핵연료 처분사업 수행을 위해 규제 요건을 구체화하고 장기처분 안전성 확인를 위한 방법론을 현실화하는 데 국내외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학회는 이날 정책제언으로 국회는 고준위방폐물 처분부지 확보를 위한 절차, 방식, 일정 등이 포함된 특별법(고준위방폐물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하며, 정부는 고준위방폐물 이슈를 실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고준위방폐물 관리 전담기관’을 신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2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 전체 회의에 출석해 “국내 원전 산업 전주기 생태계 완성을 위한 ‘고준위 방폐물법’ 제정에 국회 산자중기위 위원들의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