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무대 밝힌 연극인 2명, ‘부산 맛’ 희곡집 연이어 발간
전상배 연출가와 류수현 작가
<춤추는…> <바람을…> 출간
20년 연극 내공 고스란히 녹여
전상배 희곡집 <춤추는 영혼들>. 두두북스 제공
극단 어니언킹 전상배 연출(가운데)이 단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어니언킹 제공
지난 20년간 부산에서 소극장을 운영하며 지역 연극의 저변을 넓힌 연출가와 감각적인 문체로 연극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부산의 극작가가 연이어 첫 희곡집을 발간했다.
극단 어니언킹 전상배 연출가는 최근 희곡집 <춤추는 영혼들>(두두북스)을 발표했다. 전 연출가가 쓴 17편의 희곡 중 6편이 담긴 책이다. 경성대 대학원에서 연극을 전공한 그는 20년간 남구 대연동 공간소극장을 운영하며 연극 무대를 연출했다. 최근 최인훈 작가의 ‘둥둥 낙랑둥’,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등을 무대에 올린 그는, 극작가와 연출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공연을 선보였다. 대한민국소극장열전 초대 이사장을 거쳐 한국소극장협회 이사, 광대연극제 운영위원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그의 첫 희곡집 <춤추는 영혼들>에는 △우리 집 뜨락에는 △춤추는 영혼들 △꿈 ’17 안티고네 △봄이 오는 소리 △초대_바다에게 말을 걸다 △엄마, 다시 가을이 오면 등의 희곡이 수록됐다.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작품은 지난 20일 부산에서 공연을 마친 ‘우리 집 뜨락에는’이다. ‘우리 집 뜨락에는’은 도시의 발달로 삶의 터전을 잃게 된 개와 고양이의 불편한 동거 이야기를 그린다. 서로를 적대시하던 개와 고양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에게 의지하고 함께 역경을 헤쳐간다. “먹는 거 잠자는 거 그거면 충분하다”고 말하는 개와 고양이의 모습을 통해 그칠 줄 모르는 인간의 탐욕을 지적하는 작품이다. 무겁지 않으면서도 깊은 통찰이 느껴지는 노랫말과 대사가 인상적이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한 작품(춤추는 영혼들)부터 제주 4.3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초대_바다에게 말을 걸다)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전 연출이 직접 연출한 무대 사진을 책에 실어 작품 속 장면을 눈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한편 지역 연극계에서 주목받는 극작가인 류수현 작가는 첫 희곡집 <바람을 일으키는 작은 손, 부채>(연극과 인간)를 출간했다. 부산에서 활동 중인 류 작가는 2018년 부산창작희곡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는 등 다수의 대회에서 이름을 알린 작가다.
2011년 근로자문화예술제 희곡 금상, 2014년 목포문학상 희곡 신인상, 2020년 노작홍사용창작단막극제 희곡상 등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부산 예술인에게 수여하는 희곡상인 김문홍희곡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김문홍희곡상 심사위원은 “극 구성이 깔끔하고 언어가 절제돼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라며 “문학성과 연극성을 골고루 갖췄다”고 평가했다.
이번 희곡집은 △바람을 일으키는 작은 손, 부채 △살고지고 △스트랜딩 Stranding △이녁 머리에선 향기가 나네 △믹스와 아메리카노 등 5편의 작품이 담겼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바람을 일으키는 작은 손, 부채’는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는 부채 장수와 그의 가족 이야기를 통해 어두운 시절을 겪은 서민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 곳곳에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해 ‘읽는 맛’을 더했고 부채, 나비, 목련꽃 등의 상징물을 적절히 활용해 글의 아름다움을 높였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간의 소통을 다룬 작품(살고지고) 등을 통해 여성의 삶과 자유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류 작가는 “희곡이 무대 위에 오르던 날 활자들이 생명을 얻고 살아 움직이는 경험을 해 황홀했다”며 “그 감동을 느끼기 위해 더 진심을 다해 쓸 것”이라고 말했다.
류수현 희곡집 <바람을 일으키는 작은 손, 부채>. 연극과 인간 제공
류수현 작가. 부산일보DB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