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겨냥해 금을 맞힌 총잡이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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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사격 금맥 캐낸 오예진
금메달 환호 장면 상상하며 훈련
세계 35위 무색케 한 실력 선보여
공기권총 혼성 등 다관왕도 도전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에서 우승한 오예진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에서 우승한 오예진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8년 만에 올림픽 무대 사격 종목에서 ‘깜짝 금메달’을 선사한 오예진(19·IBK기업은행)은 머릿속으로 자신이 금메달을 따고 환호하는 장면을 계속 상상했다. 사로에서 과녁을 노려보던 냉정한 총잡이는 경기 후 마라탕을 좋아하는 명랑한 제주 소녀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오예진은 지난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에 출전했다. 그리고 당당하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여기 오기 전부터 결선 마지막 발을 쏘고, 금메달을 들고 환호하는 걸 계속 상상했다”며 “그게 실제로 이뤄지니까 정말 기쁘다”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오예진은 경기를 하루 앞두고 길몽 대신 ‘꿀잠’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그는 “굉장히 메달이 무겁지만, 뿌듯하다. 이따 엄마와 통화할 때 실감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결선에서 오예진과 김예지(31)의 선두 경쟁이 이어졌다. 다른 나라 선수가 모두 떨어지고 두 선수만 남은 상황이었다. 오예진이 쏜 마지막 총알이 10.6점을 기록해 그는 시상대의 가장 높은 곳에 설 수 있었다. 오예진은 “딱 마지막 발에 확신이 있었다. ‘이건 들어갔다’ 싶더라”면서 “그래서 쏘고 안전기 끼우고 돌아서서 진짜 크게 소리 질렀다”며 금메달의 순간을 회상했다.

김예지는 오예진이 잇따라 9점대를 쏘는 바람에 잠시 1위를 뺏기도 했지만, 결국 오예진이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는 “평소라면 안 풀리면 ‘왜 이러지’ 했을 텐데, 오늘은 유독 그런 생각보다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섰다”며 “입 밖으로 ‘할 수 있다’ ‘그냥 즐겨’ 이렇게 내뱉었다. 덕분에 편하게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오예진은 룸메이트인 김예지와 마지막에 경쟁해서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고 한다. 그는 “오히려 같은 팀이라 금메달은 확정됐다는 생각에 흔들리는 거 없이 했다”고 말했다

오예진은 지난해 고교 9관왕을 차지하는 위업을 달성했지만 세계 무대에서 성과를 내기에는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오예진은 메달 후보군에 오르지 못한 게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국제사격연맹(ISSF) 세계 랭킹 35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 정교한 사격 실력을 보여줬다.

오예진은 “제가 메달 유력 후보는 아니라고 해도, 그런 건 신경 안 썼다. 내 것만 하면 다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평소처럼 하면 다 잘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예진의 금메달에 이날 사격장은 대표팀의 눈물바다가 됐다. 장갑석 감독과 홍영옥 코치, 사격연맹 관계자들이 부둥켜안고 울었다. 그때까진 생글생글 웃고 있던 오예진은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야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처음엔 눈물이 안 나고 ‘진짜 이게 뭐야, 나 메달 딴 거야?’라는 생각만 들었다”며 “나중에는 확 감정이 느껴져서 눈물이 왈칵 났다”고 떠올렸다.

제주도가 고향인 오예진은 올림픽이 끝나면 어머니와 함께 제주도를 산책하고 싶다고 한다. 또한 반려동물로 사모예드를 입양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그는 “이제 진짜 제주도 집에서 키울 거다. 그리고 엄마랑 같이 마라탕 먹으러 가고 싶다”며 “마라탕을 너무 먹고 싶어서 여기서는 영상만 계속 찾아봤다”고 웃었다.

오예진은 다관왕에 도전한다. 29일 열리는 공기권총 혼성 본선, 30일 결선 경기에서 이원호(KB국민은행)와 호흡을 맞춰 출전한다. 오예진은 “원호 오빠와 함께 경기하며 제가 동생 노릇 하겠다. 동생이 오빠를 이렇게 떠받치겠다”며 여동생 역할을 확신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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