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종목 생긴 뒤 36년간 애국가만 울렸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한국여자양궁 올림픽 단체전 중국 꺾고 우승
첫 도입 88서울올림픽 이후 10연속 금메달
전훈영·남수현·임시현, 첫 올림픽 무대서 역사
“우리 도전이 역사가 될 수 있었음에 감사” 소감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단체전에서 우승한 한국 전훈영, 임시현, 남수현 선수(왼쪽부터)가 시상대에서 손가락과 메달로 10연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단체전에서 우승한 한국 전훈영, 임시현, 남수현 선수(왼쪽부터)가 시상대에서 손가락과 메달로 10연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여자 양궁이 국제 대회 경험이 부족하다는 기우를 떨쳐내고 ‘올림픽 단체전 10연속 금메달’이라는 금자탑을 완성했다.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 선수들은 자신들의 첫 올림픽 무대에서 자신감과 악바리 근성을 뽐내며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여자 양궁은 개인전과 혼성 단체전에서 또 한 번 금메달에 도전한다.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 전훈영(30·인천시청)과 남수현(19·순천시청), 임시현(21·한국체대)은 2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슛오프 끝에 5-4(56-53 55-54 51-54 53-55 〈29-27〉)로 물리쳤다.

한국 여자 양궁은 단체전에 처음 도입된 1988년 서울 대회부터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우승을 차지하며 10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한국 여자 양궁은 현재 진행 중인 특정 나라·특정 종목 연속 우승 최다 타이기록이다. 한국 여자 양궁의 기록은 미국 남자 수영 대표팀이 400m 혼계영에서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부터 2021년 도쿄 대회까지 10연패를 기록한 것과 같은 기록을 갖게 됐다.

한국 여자 양궁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국제 대회 경험이 부족해 금메달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올해 월드컵 1, 2차 대회에서 연거푸 중국에 밀려 준우승에 머물면서 우려는 현실화하는 듯했다. 하지만 전훈영과 남수현, 임시현은 주변의 우려를 고된 훈련과 긍정적인 마음으로 떨쳐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표팀 맏언니인 전훈영은 2020년도 국가대표에 뽑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도쿄올림픽이 1년 미뤄지면서 올림픽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전훈영은 도쿄 대회 연기가 확정된 뒤 치러진 국가대표 3차 선발전에서 2위에 올라 월드컵 시리즈 출전 자격을 얻었지만, 월드컵 또한 연기되는 불운을 겪어야만 했다. 하지만 전훈영은 자신의 파리 대회에서 1번 주자로 나서 안정적인 경기력을 펼치며 금메달을 따내는 데 주춧돌을 놨다.

전훈영은 금메달을 따낸 뒤 올림픽 준비 기간 힘들었던 마음을 털어놨다. 전훈영은 “그동안 운동을 그렇게 힘들게 하지는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올림픽을 준비하면서는 너무나 힘들었다. 10연패라는 게 너무 부담이 많이 됐고, 첫 메이저 대회 출전이다 보니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돌아봤다. 전훈영은 “10연패를 이루는 데에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고 더 준비하고 훈련했다. 그래서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2005년생으로 대표팀 막내인 남수현은 올해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5개월 만에 역사의 주역이 됐다. 남수현은 2021년에 열린 도쿄 올림픽을 지켜보며 ‘파리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는 희망을 품었고, 그 희망을 현실로 바꿨다.

남수현은 시상식을 마친 뒤 ‘금메달을 만져본 소감을 알려 달라’는 취재진 요청에 “굉장히 묵직하다. 진짜 묵직하다”고 환하게 웃었다. 남수현은 첫 올림픽 무대에서 2번 주자로 나서 안정적인 경기력을 펼치며 금메달 획득에 힘을 보탰다. 남수현은 “정말 간절히 준비했기 때문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그렇게 무겁게 다가오지 않았던 것 같다”며 “막상 이렇게 실제 경기를 하니까 즐기면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시현은 지난해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3연패(개인전·단체전·혼성 단체전)에 이어 올림픽까지 제패하며 한국 여자 양궁 에이스로 등극했다. 임시현은 중국과의 결승전 슛오프 마지막 사수로 나서 에이스답게 집중력을 발휘해 9점과 10점 사이에 화살을 쐈다. 이 화살은 10점으로 최종 인정됐다. 임시현은 올림픽 10연패의 신화 완성에 마침표를 찍었다.

임시현은 “에이스라고 말씀해주시는 데 감사했다. 그런 만큼 조금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나의 원동력이 될 수 있었다. 잘 된 것 같아 너무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임시현은 “대한민국이 항상 왕좌를 지킨다고 하지만 멤버가 바뀐 지금, 우리한테는 10연패가 새로운 도전이자 목표였다”며 “우리 도전이 역사가 될 수 있었음에 너무 감사하다”고 미소 지었다.

임시현은 올림픽 3관왕에 대한 각오도 드러냈다. 임시현은 “이제 첫발을 내디뎠으니, 앞으로 개인전이나 혼성 단체전도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겠다”고 파이팅을 외쳤다.

한편 전훈영과 남수현, 임시현은 오는 31일부터 여자 개인전에 출전해 금메달에 또 한 번 도전한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