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덤협회 세워 전국에 ‘불법 도박판’ 만든 바둑인… 업주·딜러 등 159명 검거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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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찰청 홀덤협회장 등 3명 구속
52개 업소에 ‘텍사스 홀덤’ 도박판 공모
시상금 지급 명목 수수료 떼며 불법 환전
“유명세 내세워 단속 피할 수 있다고 봐”

올해 3월 경찰이 부산진구 한 홀덤펍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올해 3월 경찰이 부산진구 한 홀덤펍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홀덤협회를 세운 뒤 전국 홀덤 업소에 불법 도박판을 만들어 구속된 유명 바둑인(부산일보 6월 25일 자 8면 보도)을 포함해 관련 업주와 딜러 등 159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검거됐다.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는 홀덤협회를 설립한 뒤 전국 52개 홀덤 업소와 공모해 불법 도박장을 운영한 일당 159명을 검거했다고 30일 밝혔다. 협회 설립자이자 유명 바둑인인 40대 협회장 A 씨와 부산 홀덤 업소 운영자 2명을 관광진흥법 위반과 도박 장소 개설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협회 관계자 4명과 딜러 93명, 업주 59명 등 156명은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2022년 11월 서울 강남구에 B 홀덤협회를 설립해 전국 154개 홀덤 업소와 회원사 협약을 맺었다. 그 중 52개 홀덤 업주들과 공모해 올해 4월까지 전국 곳곳에서 수만 명이 ‘텍사스 홀덤’ 도박을 하게 만들었다. 경찰은 “업소는 협회 측에 연회비 120만 원을 지급했다”며 “업계에 유명한 인사인 데다 단속을 피할 수 있단 생각에 많은 업주가 회원 협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홀덤 업소는 포커 한 종류인 홀덤을 즐길 장소와 칩을 제공하며 주류 등을 파는 홀덤펍 등으로 운영된다. 부산 대학가와 번화가 등에서 입장료를 받고 운영하지만, 게임으로 확보한 칩을 현금이나 현물 등으로 환전하는 건 불법 도박에 해당한다.

불법 도박판을 벌인 홀덤협회와 홀덤 업소 공모 구조. 부산경찰청 제공 불법 도박판을 벌인 홀덤협회와 홀덤 업소 공모 구조. 부산경찰청 제공

A 씨는 협회를 통해 우승자에게 시상금을 지급하는 명목으로 불법 환전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52개 업소에서 매일 도박판을 벌여 64억 원 상당 도박 자금을 합법적인 기부금인 것처럼 계좌로 받고, 일부를 수수료로 공제한 뒤 우승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경찰은 “4000명에게 우승 상금을 31억 원 정도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나머지 금액 중 6% 정도인 2억 원 정도를 협회가 수수료 명목으로 챙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인기 드라마 출연자에게 바둑을 개인 지도한 이력이 있는 유명 바둑인이다. 홀덤은 바둑과 같은 ‘마인드 스포츠’라 대중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서울시에 ‘B 홀덤협회’란 이름으로 비영리 체육법인 설립 허가를 받았다. A 씨는 자신과 연예인 등을 내세워 경기 30곳, 부산·경남 27곳, 충청 26곳, 인천 21곳, 서울 20곳, 광주·전라 15곳, 강원 8곳, 대구·경북 7곳 등 전국 각지 홀덤 업소와 협약을 맺었다.

전국 홀덤 업주들은 업소가 회원사로 등록된 점을 내세우며 도박 참가자를 끌어모았다. 금전사고 위험성이 적고, 수사기관 단속을 피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등 협회를 방패막이 삼았다. 경찰은 “전국 업소들 판돈이 500억~600억 원은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총 100억 원 이상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범죄 수익금 추징 보전을 신청해 피의자에게 15억 원 정도를 확보한 상태다. 서울시에 B 홀덤협회에 대한 체육법인 설립 허가 취소를 요청했고, 해당 협회는 지난달 28일 문을 닫았다.

경찰은 나머지 회원 업소와 협회에서 돈을 받은 도박자 등에 대한 수사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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