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배 “가진 거 다 내놓겠다”… 800억 사실상 ‘휴지 조각’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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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발생 22일 만에 국회 출석
해결 동원자금 놓고 실효성 의문
큐텐 기형적 조직운영 ‘도마 위’
금감원 “가용자금 규모 파악 중”

30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일으킨 티몬·위메프(티메프)의 실소유주인 구영배 큐텐 대표가 사태 해결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최대 800억 원이라고 밝혔다.


구 대표는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티메프 미정산 사태 현안 질의에 출석해이같이 답변했다.

그는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가진 모든 것을 내놓을 것”이라면서도 “(800억 원을) 다 투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구 대표가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 8일 위메프에서 시작된 정산 지연 사태 발생 이후 22일 만이다.

하지만 구 대표의 사재 출연 약속과 달리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구 대표는 티메프와 인터파크쇼핑, 큐익스프레스 등을 거느린 큐텐 지분 38%를 보유하고 있다. 계열사가 정상 운영될 때와 달리 현재 티메프가 회생 절차를 신청해 사실상 파산 수순에 들어가는 등 기업 가치가 추락했다. 그가 가진 지분이 사실상 휴지 조각이나 다름 없는 셈이다.

구 대표는 또 지난 2월 인수한 북미·유럽 기반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 인수 대금에 티메프 자금을 쓴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인수 자금이 어디에서 나왔느냐는 질의에 “현금으로 들어간 돈은 4500만(달러)이었고 그 돈에 대해 일시적으로 티몬과 위메프 자금까지 동원했다”면서 “다만 이는 한 달 내에 바로 상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정산 지연 사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국회 현안질의에서 “티몬·위메프에 1조 원 이상의 건전성·유동성 이슈가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티몬·위메프 사태 관련 1조 3000억 원 이상의 피해액이 예상된다”는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질의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구 대표의 주장처럼 회사와 사재로 동원한 자금으로는 사태 해결이 불가능함을 확인한 셈이다.

사라진 판매대금의 행방에 대해서도 이 원장은 “20명 가까운 인력을 동원했고, 검찰과 공정위에서 인력을 파견했다”며 “큐텐 측의 가용 자금이나 외부로 유용 된 자금이 있는 지와 규모를 파악해 책임 재산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한편 티메프의 모회사 큐텐의 기형적 조직 운영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날 관련 업계에 따르면 큐텐은 지난해 티메프의 재무와 기술개발 기능을 박탈하고 판매 목표량만 내려보내 영업·마케팅에만 집중하도록 운영했다.

업계에서는 큐텐의 티메프 인수 합병과 재무·개발 기능 박탈, 무리한 판매 건수 늘리기 등 일련의 과정이 큐텐의 싱가포르 기반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기 위한 구영배 큐텐 대표의 큰 그림이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티메프의 판매 건수가 늘어날수록 물류를 맡은 큐익스프레스 매출도 증가하는 구조여서 두 플랫폼 상장을 위한 매출 키우기 수단으로 활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흘러온 과정을 보면 두 플랫폼과 임직원들도 일종의 피해자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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